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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할머니만의 짜장면집

정명현 | 분당구 정자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05/23 [12:3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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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청년입니다. 아직 청년의 때라고 생각하고 사는지라 청년의 패기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식점을 차렸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너무 쉽게 분식점을 생각했던 것인지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열심과 정성과 진심을 담아서였을까요? 가게는 씩씩하게 걸어가고있습니다.
가게를 열고 처음 맞는 봄입니다. 꽃향기가 불어오던 한 달전쯤부터 저의 식사 시간인 3시가 되면 항상 들르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가게 밖에 만들어 놓은 천막에 앉아 있는 저에게 물어보십니다. “짜장면 팔아요?” 분식점이라고 몇 번을 말씀 드려도 항상 물어보십니다. “짜장면 파는데에요?” “아니요, 할머니, 여기 분식집이에요. 짜장면 없어요.”
그렇게 이삼 일에 한 번씩 오셔서 물으시는데 바로 옆 짜장면 집을 알려드려도 항상 저의 가게로오시는데 왜 그러실까 계속 궁금했습니다. ‘정신이 조금 없으신 건가? 이가 없으셔서 부드러운 면 종류를 드시고 싶어 하시는 건가?’ 혼자 작은고민을 하다가 혼자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 달콤한 짜장면이 우리 가게에서 드시고 싶으신가 보다. 그런데 난 짜장면을 하지 못하는데 어쩌지….’
고민도 잠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짜장 라면과 간단한 짜장한 봉지를 사서 준비해 뒀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할머니가 제가 앉아있는 가게 앞 천막으로 불쑥 들어오십니다. 할머니가 입을 떼시기도 전에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짜장면 맛있게 해 드릴게요. 잠시만 앉아 계세요.”할머니가 내미신 돈은 이천 원, 우리 가게는 할머니만의 짜장면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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