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지간히 마음 여린 성남의 사람들
김일락 | 분당구 삼평동 회사 근처에 돈가스와 잔치국수를 아주 맛있게 하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엊그제 이곳에 찾아가 국수 한 그릇 시키고 앉아 있는데 폐박스를 산더미같이 쌓아올린 리어카 한대가 뒤뚱거리며 식당 앞에 다가섰습니다. 리어카 운전자(?)는 70대 초반의 노부부였고, 이내 식당 안으로 들어오셔서마침 내 옆의 빈 테이블에 앉으셨습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된 두 분의 고민, “7천 원짜리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할아버지와 “그럴 돈이 어디 있느냐”며 4천 원짜리 국수를 먹으라는 할머니의 핀잔. 하지만 두 분의 ‘논쟁’은 할아버지의 ‘완패’로 끝나 결국 4천 원짜리 국수로 낙찰을 봤습니다. 사실 돈 7천 원은 큰돈은 아니죠. 하지만 어렵사리 폐지를 모아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잔치국수보다 비싼 돈가스의 값은 큰 액수일 겁니다. 나는 코끝이 찡했습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후 좀 쉬다 가려고 신문을 펼쳐들고 앉아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도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계산대에 다가서자 식당 사장님 하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간 어느 손님이 두 분의 점심 값을 대신 지불했고 다음에 오셔서 드시라고 2인분의 돈가스 값까지 내고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께 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혹시나 마음 상해하지 마시라고,건강하게 오래 사시라는 마음이었다는 설명까지…. 허, 참내. 어느 마음 착하고 속 깊은 시민이었을까요. 마음이 어지간히도 여리고 순하고 아름다운 성남시민. 두 어르신은 “이거 참 고마워서 어쩐다지...” 하시며 미안해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꼭 찾아와 돈가스 잡수시라는 식당사장님의 당부에 그러겠다며 나가시는 두 분의 뒷모습에서 진정으로 사람 사는 향기 가득한 성남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2017년 9월 7일(목)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 -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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