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가족사랑
유병숙 | 분당구 분당동 운전 중 라디오를 켜자 음악방송에서 사회자가 하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평일 낮 도서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아닌 50~60대 남성들이라는 내용이다. 은퇴 후갈 데도 없고 소일거리도 없어 도서관에 나온다는 이야기다. 2년 전 은퇴 후 도서관에 다닌다는 50대 중반의 아저씨는 “딸이 자기 엄마하고만 말해요. 같이 산다는 것뿐이지 남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30년 넘게 열심히 일했는데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어요”라며 아내와 직장에 다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집안에서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라디오를 끄며 나는 과연 그동안 가족을 위해 일하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남편에게 얼마나 잘했는지 생각해 봤다. 퇴근과 동시에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날 저녁, 일 때문에 곤죽이 돼 돌아온 남편에게 “자기야 발 내밀어 봐. 내가 양말 벗겨 줄게” 했더니 금세 남편의 얼굴이 환해졌다. ‘갑자기 왜 이러지?’ 하는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남편의 양말을 벗겨 마사지하듯 발가락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지압해 씻겨 주며 “오늘도 가족들 위해서 일하느라 힘들었지? 그래서 자기 좋아하는 보쌈김치하고 수육 삶아놨어요”라고 하자 “그~으래?” 하며 동공이 확 커졌다. 물론 남편이 좋아하는 막걸리도 꺼내왔다. 발을 다 씻겨주고 뽀송뽀송한 수건으로 남편의 발을 깨끗하게 닦아 주자 “사실은 오늘 회사에서 무척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당신이 이렇게 발을 씻겨 주니까 그 스트레스가 확~ 달아났어. 여보, 고마워” 하는 게 아닌가. 단지 발을 씻겨 준 것뿐인데 그게 하루의 스트레스를 씻어주는 큰 힘이 된다니 매일은 아니라도 가끔씩은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 간 화목과 사랑 나눔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을 줄이야. “성남시민 여러분. 여러분도 사랑하는 사람의 발을 씻겨 주세요. 그 대상이 부모님이든 아니면 사랑하는 아이들이든 발을 씻겨주면 행복해질 것입니다. 남편님들도 아내의 발을 씻겨 주세요. 그것은 사랑입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7년 10월 10일(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 -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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