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기간 성남시청사 벽면에 걸려 있던 세월호 대형현수막이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졌다. 성남시는 훼손으로 인해 현수막을 더 이상 존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10월 10일 철거했다. 정확히 3년 5개월 만이다. 현수막이 내려간 자리는 까맣게 변색돼 세월의 흐름을 짐작케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미수습자 귀환을 바라는 시민의 마음을 담아 청사 한쪽 벽면에 내건 지 3년 5개월, 현수막은 바람에 찢기는 등 훼손 정도가 심하고 안전상의 우려가 있었지만 일부 시민들이 현수막 내리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는 등의 이유로 철거를 고민해오던 것을 유가족의 승낙과 함께 철거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10일 오전, 시청을 견학하던 초등학생과 시민들, 성남 지역 국회의원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병관, 김병욱 의원, 비전성남 기자단 등이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세월호 현수막이 내려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내려졌다.
바람에 찢기고 색 바랜 현수막이 내려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표정에선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마음은 아프지만 현수막 훼손이 심해 더는 둘 수가 없다. 현수막은 내리지만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마음은 변함없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생각하는 계기로 만들고 다시는 국민들의 눈에서 눈물 나지 않는 나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 현수막은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말자, 다시는 이런 세상 만들지 말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세월호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져야 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유족과 시민사회, 국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 모습을 울먹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한 시민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아픈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내려진 현수막은 ‘잊지 않겠습니다’란 문구와 함께 노란 리본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8일 ‘하나의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란 문구와 함께 커다란 리본이 그려졌던 현수막이 비바람에 훼손되자 지난해 4월에 교체한 것이다.
청사 외벽에서 내려진 후 조심스럽게 접어진 세월호 현수막. 성남시는 “철거된 현수막은 당분간은 시청에 보관한 뒤 기념관이나 기록보존시설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기게양대에 걸린 세월호 깃발과 시청 앞마당에 설치된 세월호 조형물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현자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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