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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나의 한국 생활

탁정순 | 수정구 수진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10/23 [13:0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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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 생활
탁정순 | 수정구 수진동
 
저는 중국에서 귀화해 수진동에 사는 70대 중반 할머니입니다.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살다 보니 학교를 못 다녔습니다. 저도 어린 나이에 출가해 육남매를 키우느라 사는 것이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 동포 2세를 받아들이는 정책 때 귀화를 했고 남편과 아들, 딸 네 가족이 빈 몸으로 한국에 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결혼하고 2년 후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아들과 며느리가 회사일로 중국에 가게 돼 돌도 안 된 손녀와 저만 한국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7년 후에 아들이 손녀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때 교회 사모님이 이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기에 공부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분이 알아봐 준 곳은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이었고 검정고시반을 모집한다고 알려줬습니다. 딸이 소식을 듣고 접수해 주고 격려해 주더군요. “엄마는 할 수 있어요. 열심히 하세요”라고.
그렇게 시작해 1년 후 2014년 5월 중학교 입학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 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수원 어느학교 시험장에 도착했는데 학생들이 많았고 늙은이는 두세 명뿐인데 얼마나 떨리는지, 몸과 손발이 다 얼어붙는 것 같아 이름도 제대로 못 쓸 것 같았지만 간신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시험을 봤습니다.
합격증을 받은 저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너무나 기쁘고 행복해서 울었어요. 내가 해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수진동에도 나이든 사람들이 공부하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3개월 공부 후 그해 8월 고등학교 입학자격증을 받았고 다시 1년 후인 2015년 8월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애들도 기뻐서 파티를 열어 주며 ‘우리 엄마 최고’라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 복지사업이 잘돼 있어서 저같이 아무 공로도 없는 늙은이가 꿈에서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배움의 기쁨, 즐거움을 누린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복지관에서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복지관 관장님과 여러 선생님들의 정성 어린 가르침과 배려로 지금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복지관 관계자 분들과 선생님들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2017년 11월 7일(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 -2076~8 이메일 :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