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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에 목마른 시대를 대비하라!

성남행복아카데미 제16강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0/26 [14:4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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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낙엽 떨어지는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 틀어줘~.”

    

버튼과 다이얼로 기계를 조작하던 시대는 지났다. 화면에 댄 손가락으로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는 것도 곧 구시대의 방식이 될 듯하다. 인간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불도 켜 주고 음악도 선곡해 주며 외로울 때 말동무도 해 주는 시대가 왔으니 말이다.

    

번역가, 계산원, 경리, 공장 근로자, 비서, 운전사, 회계사, 의사,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점차 사라질 거라고 예상되는 직업군들이다. 이 밖에도 700만 개 이상의  직업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성남평생교육원에서 10월 25일 오전 10시 성남시청 한누리실로 최윤규 소장을 초청했다.

    
▲ 성남행복아카데미 16강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 비전성남

 

최윤규 카툰경영연구소장

 

이번 성남행복아카데미 주제인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는 카툰경영연구소 대표인 최윤규 소장이 쓴 저서(2016)다. 쉽고 단순하지만 보는 순간 ‘아하!’ 하게 되는 그림들로 구성된 책이다.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전하기 위해 카툰을 그리는 최 소장은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에 그의 그림들이 연재됐다. 카툰에서 중요한 것은 그림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그림이 담고 있는 경험과 지혜라는 생각으로 도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최윤규 소장 아들의 사회교과서 표지  ©비전성남

    

낙서의 변신

    

최 소장의 아들은 공부엔 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아들을 살피기 위해 어느 날 아들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 든 최 소장. ‘사회’라는 제목은 어느새 ‘면상화’로 둔갑하고 그 위에는 초등생 수준의 인물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들의 낙서를 보고 최 소장이 건넨 말... “너 그림 진짜 잘 그린다!”

    

내신 7등급에 전교 350등 내외를 오락가락하던 최 소장의 아들은 대학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 일본 아티스트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낙서     © 비전성남
▲ 일본 아티스트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낙서     © 비전성남
▲ 낙서가 그려진 공책을 팔다!     © 비전성남

    

일본의 한 아티스트는 고등학교 시절 그린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낙서를 모아 공책을 만들어 팔고 있다. 낙서가 들어 있는 노트가 한 권에 1만8천 원. 착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종종 품절되는 인기 상품이다.

    
▲ 낙서를 좋아하던 초등생이 게임회사 직원이 되다     © 비전성남

 

배트맨을 그리던 초등생에서 게임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임회사 직원이 된 한국인도 있다.

    

어른들이 알던 직업의 세계와는 완전 다른 직업들이 생기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들이다. 기본적인 생각의 틀이 깨져야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최 소장은 말한다.

 
▲ ‘유병재 그리기 대회’ 대상 작품     © 비전성남

 

똑같이 그리는 시대는 지났다

    

방송인 겸 코미디언 유병재. 그의 코미디쇼 개최 기념으로 열린 ‘유병재 그리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 있다. “나는 노란색이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노란색 한 단어로 표현하는 유병재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뽑혔다.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패러디해 노란 이를 살포시 드러낸 유병재의 모습이다.

    
▲ ‘유병재 그리기 대회’ 최우수상 작품     © 비전성남
▲ 최우수상 수상자의 또 다른 출품작     © 비전성남

  

최우수상을 받은 참가자의 또 다른 작품은 더 간결하게 유병재를 드러낸다. 노란 이와 검은 수염.

    

똑같이 그리는 건 기술만 배우면 가능하다. 그리고 정말 똑같이 그리고 싶다면 사진을 찍으면 된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관점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

    

2002년 개봉된 영화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 파커가 거미에 물리는 장면에서 최 소장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벌레에 물리면 본능적으로 하는 반응을 전혀 하지 않는 주인공. 연기력이 부족해서? 감독이 치밀하지 못해서? 아니다. 벌레를 떨궈 내거나 밟아 죽이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주인공이어야 그 벌레가 살아 도망쳐 제2탄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2023년에 스파이더우먼이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 스파이더맨에는 또 하나의 숨겨진 사실이 있다. 스파이더맨이 손목에서 거미줄을 내뿜을 때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을 접은 모양은 수화로 “I Love You”를 뜻한다고 한다. 거미줄을 뿜어낼 때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전하는 스파이더맨은 절대 악인이 될 수 없는 캐릭터인 것이다.

    

누구의 눈에는 보이고 누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개인의 경험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때 창의성은 늘어난다고 한다.

 
▲ 최윤규 소장의 카툰     © 비전성남
▲ 최윤규 소장의 카툰     © 비전성남

 

생각의 시대가 오다

    

최윤규 소장은 단 한 장의 그림에 모든 경험을 전하자는 생각에 늦은 나이에 포토샵을 배웠다. 선그리기, 선지우기, 글씨쓰기, 색칠하기.

    
▲ 진중권 작가의 말     © 비전성남
▲ 최윤규 소장의 카툰     © 비전성남

 

오직 이 네 가지 기능만으로 그린 그림들. 기교는 보잘 것 없지만 지혜가 담긴 그의 그림을 많은 기업들이 찾기 시작했고 그래서 결국 카툰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다. “기술(skill)의 시대는 끝났다. 생각의 시대가 시작됐다.”

 
▲ 의자 달린 카트     © 비전성남
▲ 명함 김     © 비전성남

 

변화를 읽고 준비하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상전환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초밥 먹기 편한 간장이 담긴 젓가락, 초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의자 달린 카트, 이름도 알리고 먹을 수도 있는 명함 김.

    
▲ 지식 융합의 시대     © 비전성남
▲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책표지 그림     © 비전성남

    

발상의 전환은 상품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최윤규 소장의 책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표지 그림은 작사가 김순곤의 작품이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못 찾겠다 꾀꼬리’ 작사가로 유명한 그는 이제 그림을 그린다. 직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지식의 융합이 이뤄지는 세상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한 시간 반 동안 그의 카툰만큼 깔끔한 문장과 말투로 강연을 한 최윤규 소장은 알파고는 불가능한, 인간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생각을 잘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기계화된 인간, 인간화된 기계가 넘쳐날 세상을 살아야 할 우리에게 따뜻한 기계에게 자리를 빼앗긴 차가운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상상력의 무기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 유익한 시간이었다.

    

현자들의 목소리에 목마른 성남인들에게 우리 시대 리더들의 강연으로 그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성남행복아카데미는 11월 8일(목)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를 준비하고 있다. 오전 10시 성남시청 1층 온누리실에서 열리며 성남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성남행복아카데미 문의 및 안내 :

성남시 평생학습원 평생학습과 031-729-3082~5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