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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성남- 눈먼 사냥꾼 거미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09/21 [15:4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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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호랑거미     © 비전성남

눈먼 사냥꾼 거미 이야기
 
거미는 사냥의 명수로 알려져 있고 8개나 되는 눈을 가지고 있지만 시력이 약해 눈먼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거미’ 하면 거미줄을 떠올리지만 모든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사는 것은 아니다. 거미줄을 치고 일생을 거미줄에서 지내는 종류를 조망성거미라고 부르며, 거미줄을 치지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거미를 배회성거미라고 한다.
시력이 형편없고 행동까지 빠르지 못한 조망성거미들은 자신의 그물을 덫으로 사용해 먹이를 잡는데 그물에 끈끈한 물질을 붙여 먹이가 한번 붙으면 도망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잡기 쉬운 먹이면 바로 물어버리고 힘겨운 상대면 거미줄로 꽁꽁 묶은 후 물어서 독을 주입 한다. 그러다 보니 ‘거미’ 하면 독 있는 동물로 떠올리며 경계를 하는데 극소수의 거미를 제외하면 거미의 독은 새나 사람들에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살지도 않으니 경계를 풀고 거미와 대면해도 좋다.
독이빨로 독을 뿜어 넣으면 이 독이 일종의 소화액으로도 작용해 먹이를 흐물흐물한 액체 상태로 만들고 나서 빨대로 빨아먹듯 먹이를 먹기 때문에 거미가 먹이를 먹고 나면 껍질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또한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하다. 왕거미의 거미줄은 굵기가 겨우 0.0003mm정도로 이 굵기는 누에가 만드는 실의 십분의 일 정도이다. 그런데도 같은 굵기의 강철과 비교해보면 거미줄이 강철보다 다섯 배나 강하다고 한다. 거미줄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천연섬유로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도 않고 방수성과 통풍성이 매우 우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신축성은 우리가 옷감으로 사용하는 나일론보다 두 배 이상 뛰어 나고 원래 길이의 두 배까지 늘어나며 거미줄은 고무줄보다 끊기가 어렵기도 하다. 거미줄은 염산이나 황산과 같은 산성용액이 있어야만 겨우 녹일 수 있고 어떤 용액에도 잘 녹지 않아 거미가 떠난 뒤에도 거미줄이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거미는 종류마다 다양하지만 사랑 고백도 독특하다. 가장 유명한 것은 깡충거미, 늑대거미 등과 같은 배회성거미의 요란한 훌라춤이다. 이들 수컷은 암컷 앞에서 맨 앞다리를 만세하듯 들고 위아래로 움직인다. 닷거미나 검은 과부거미의 수컷은 신선한 먹이를 거미줄로 정성스럽게 싸서 암컷의 환심을 산다.
그런데 선물을 줬다고 해서 모든 수컷이 암컷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아니다. 만약수컷이 먹이를 성의 없이 포장했다거나 포장한 먹이가 신선하지 않을 경우 암컷은 수컷의 사랑을 거절한다고 한다. 무당거미는 수컷이 암컷보다 7~10배 정도 작다. 그러다 보니 수컷은 암컷의 눈치를 살피고 자칫 수컷을 먹잇감으로 오해한암컷은 수컷을 잡아먹기도 하니 목숨 건 사랑을 해야 하는 처지다. 수컷은 암컷의 그물로 다가가 앞다리로 줄을 튕긴 후 암컷의 반응을 기다리고 암컷이 그 대답으로 줄을 튕기면 암컷과의 사랑이 성사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2~3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 수컷은 엄청난 인내력을 발휘 해야 한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때 근처 공원이나 숲으로 산책을 다니다 보면 부쩍 많은 거미줄과 짝짓기 철을 맞은 거미들을 만날수 있다. 파리나 모기를 잡아먹어 인간에게 유익하고 재미난 생태이야기를 품고 있는 눈먼 사냥꾼에게 경계보다는 정다운 눈길 한 번 주는 것은 어떨까?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