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수의는 자손인 내 손으로…
여성복지회관 수의(壽衣)반
옛 어른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승과 이승을 하나로 보는 긍정적인 내세관을 가장 깊숙이 담고 있는 것이 수의(壽衣)다. 수의는 ‘장래옷’ ‘문안옷’ ‘먼 나들이옷’ ‘평생옷’으로도 불린다.
“윤달은 풍속에는 없는 달이라 하여 혼인하기에 좋고 또 수의를 만드는 데에도 좋다. 그런 까닭에 윤달은 꺼리는 것이 없다.” -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중에서
2009년은 윤달이 든 윤년이다. 대량생산된 ‘기성복’ 삼베 수의(壽衣)가 흔해진 지금, 아낙들이 둘러앉아 부모님이나 자신 그리고 남편의 수의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여성복지회관(수정구 단대동) 수의(壽衣)반을 찾았다.
10여 명의 수강생들은 중요 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이수자인 김현숙 강사(57)의 지도를 받아가며 한 뜸 한 뜸 정성을 다해서 수의 짓기에 여념이 없었다. 김현숙 강사는 “수의는 자손이 미리 준비해 두면 부모님이 장수하는 것으로 여겨, 귀신의 감시 밖에 있다는 윤달이 든 해에 미리 지어놓았다. 윤달에 마련하지 못했다면 윤년의 유월 혹은 섣달에 마련하는 것이 낫다. 그도 안 된다면 수의 임자가 예순 살이 되는 해, 생일이 든 달에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수의를 만들며 가족을 생각하고, 내 삶을 되돌아본다
‘자손 없는 노인들의 수의 만들기’ 봉사활동을 위해 수의반에 등록하였다는 이주희(53?은행동) 씨는 “수의를 짓다 보니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남은 생도 잘 살아야겠다는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부모님 수의에 이어, 지금은 몸에 잘 맞게 해달라는 남편의 주문에 따라 남편 것을 만들고 있죠”라며 수의를 지을 때 어려운 점은 종류도 많지만 금기가 많아서 까다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운명한 다음에는 매듭을 짓지 않고 뒷바느질도 하지 않는데, 이것은 가끔 되살아날 때 회생하라는 의미였다. 발이 미끄러워 제사 때 다니기 어려우니 겉은 명주로 하더라도 안은 삼베로 하라는 것에는 죽은 후의 일까지도 염려하는 갸륵한 마음이 담겨 있다. 바느질하다 실이 짧으면 빼버리고 새로 실을 끼워서 바느질하는 것은, 내세와 현세를 이어준다는 의미에서 수의의 실을 길게 늘여 뜨려 두는 것이다.
예법에 맞춘 수의 일습(한 벌)은 일반적으로 남자용은 22종, 여자용은 21종으로 구분하지만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그 종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부모님의 웰다잉(well-dying)을 비는 자식의 갸륵한 마음이 곱게 새겨져 있는 수의는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해서 좀이 슬지 않는 오동나무에 보관하거나 좀약이나 잎담배를 창호지에 싸서 넣어 보관했다.
한편 성남시 여성복지회관은 미래를 준비하는 여성들을 위해 수의반 외에도 폐백, 이바지, 한과, 떡, 출장요리, 외국어, 제과?제빵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성남시 여성복지회관 729-2951∼6 (http://snfamily.or.kr)
정경숙 기자 chung09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