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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빗방울이 들려주는 이야기

쇼팽, 조르주 상드 & <빗방울 전주곡>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6/24 [11:2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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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돌아왔다. 비와 관련해 이번 달 클래식 음악은 빗소리가 들려주는, 한 작곡가와 그가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작곡가 쇼팽은 폴란드 태생으로 20세에 고국을 떠나 파리에 정착한다.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교류하던 19세기 파리 살롱. 그곳에서 쇼팽은 26세에 프랑스 여류작가 조르주 상드(상드는 쇼팽보다 6살 연상으로 당시 32세)를 처음 만난다.

조르주 상드의 적극적 구애로 2년의 우정은 사랑으로 발전하고, 병약하던 쇼팽의 건강이 나빠지자 둘은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겨울을 보낸다. 하루는 상드의 외출로 쇼팽 혼자 집에 남아 있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폭풍우가 치기 시작했고 불어난 강물을 건너느라 시간이 지체돼 예상보다 늦게 집에 도착한 상드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쇼팽을 발견한다.
 
창백한 얼굴, 곤두선 머리카락으로 피아노 앞에 앉은 쇼팽은 눈물을 흘리며 <빗방울 전주곡>을 치다가 상드가 들어오자 “아, 아! 나는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죽은 줄…”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당시 결핵을 앓고 있던 쇼팽이 죽음을 얼마나 가깝게 느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쇼팽은 39세에 사망한다). 거칠어진 빗소리가 예술가의 상상력을 자극했을 터이고 안절부절 못한 쇼팽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으리라.

상드는 이 곡에 ‘빗방울’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그 유명한 <빗방울 전주곡>이 된다. 마요르카 섬에서 완성한 <전주곡집, op.28>의 15번째 작품으로, 전주곡집의 24작품 중 연주시간이 가장 긴 곡이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의 연주를 추천한다. 3차 예선 영상으로 21세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연주다. 20세기 거장 호로비츠, 200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윤디 리, 러시아 피아니스트 키신, 우크라이나 출신 리히터의 빗방울 소리도 추천한다.

상드의 표현처럼 ‘수도원의 기와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단조로운 반향에 흠뻑 젖은 쇼팽의 상상력, 가슴 속에서 울리는 멜로디,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느껴보길 바란다.

※ 유튜브에서 ‘비전성남 음악칼럼 쇼팽’을 치면 위 영상과 음반들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