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연 |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소장 『사랑하면 통한다』『말이 통해야 일이 통한다』『엄마의 말하기 연습』 저자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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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인간은 처음 본다.”우리가 친구들과 다툴 때 흔히하는 말입니다. 친구뿐일까요? 심지어 우리가 낳은 자녀에게도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라는 말을 합니다.
잘 생각해 볼까요? 이 말은 참입니다. 사실입니다. 처음보는 게 맞습니다. 아무리 내가 상대를 잘 알았다고 해도 그는 내게 처음인 존재입니다.
우리가 수십 년을 같이 살았다고 하더라도 어느 날 문득,‘내가 과연 저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낯선 의문이 올라온다면 축하할 일입니다. 독일의 위대한 사상가인 마르틴 부버는 우리가 만나고 접촉하는 모든 관계는 낯설고 생소한 경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성장하고 살아온 배경, 저마다 다른 부모, 지역의 분리, 고유한 문화성, 그 문화에 적응하려는 사회화, 다른 종교와 다른 배움, 이 모든 것의 경험이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그러니 내 생각에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람”은 언제나 나에게는 “처음 보는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저런 인간 처음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처음 보는호기심을 다시 유지하면서 가만히 침묵하며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다르다는 것은 우리의 진정한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어느 하나도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갈등은 어디에서 시작할까요? 우리는 서로가 다를 때 침묵하며 듣거나 바라보기보다는,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상대를 비난하고 바꾸려하면서 내 필요를 위해서 나와 똑같이 귀한 존재인 상대를이용하려 할 때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내 이익 앞에서는 친구가 되고 내 불이익 앞에서는 철저한 적이 된다는 것은 바로 우리가 때로 상대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내 필요의 대상, 사물로 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조건적인 애정과 조건적 만남이 바로 우리의 갈등의 원천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적인 사랑은 심지어 무조건적인 사랑의 관계여야 하는 가족 간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많은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대할 때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으로 대하지 못하고, ‘말을 잘 들을 때’에 더욱 사랑하지 않습니까. 말로는 우리가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외치지만, 가족 간에도 ‘상대가 내 뜻대로 움직여 줄 때’ 그를 더욱 사랑하는 모습을 보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사티어라는 가족치료사는, 우리가 동질성 때문에 친해지고 이질성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우리 옆에는 누가 있습니까? 우리는 그와 서로의 공통점이 있기에 쉽게 친해졌을 것입니다. 또한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바로 인간의 특징입니다. 다름 안에서 서로의 고귀한 특성을 발견하고 호기심으로 다가가 보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나와 다르군요. 나는 당신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라는 아름다운 호기심이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그 상대가 수십 년 함께 살아온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