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민 독서릴레이 ⑫ 김현순(분당구 구미동)] 사랑,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글 『샘에게 보내는 편지』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2/09 [09:00]

▲      ©비전성남
 
▲ 『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문학동네 펴냄     ©비전성남

내 소중한 샘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샘에게
그들의 연약함이 우리의 가슴을 열어 주기를
그리하여 그들은 보살핌을 받고
우리는 위로받게 되기를.


어린 시절 식탁 앞에 앉아 저와 동생의 이야기를 듣던 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엄마는 많은 말씀을 하는 대신 우리의 말에 빙그레 웃으시며 귀를 기울여 주셨지요. 동생과 저의 조잘거림은 끝이 없었고 식탁에는 수많은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잘 들어주고 곁에서 기다려 주는 것’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위로하는 데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샘에게 보내는 편지』.
서른세 살에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심리학자 대니얼 고틀립이 손자 샘에게 쓴 편지를 엮은 책입니다. 샘은 태어난 지 14개월 만에 자폐 진단을 받습니다. 사고 후 휠체어에서 살아가는 대니얼은, 자신처럼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갈 샘에게 편지를 씁니다. 자신의 삶과 경험에서 깨달은 남들과 ‘다르다’ 는 것의 의미,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 그리고 스스로 앞길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알려 줍니다.

사고 후 몸과 마음의 고통 속에서 지내던 대니얼은 필라델피아 공영라디오 방송에서 ‘가족의 소리’라는 상담 프로그램을 맡아 이십 년 동안 진행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다른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법’을 깨닫습니다. 또한 다른 이들의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같이 나누게 됩니다.
 
어느덧 십대가 된 아이를 둔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공감하며 듣는 것이 쉽지 않다는걸 압니다. 그 시절 엄마께서 우리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깨닫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엄마에게 속마음을 꺼내 놓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대니얼은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한 달 정도 누워만 있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어떻게 한 달이면 나을지 아냐고 묻자 의사는 대답했습니다.

“피부에 난 상처는 잘 치료하면 보통 하루에 일 밀리미터씩 아물거든요. 더불어 상처가 아무는데 필요한 모든 것은 우리 몸속에 다 있습니다. 필요한 영양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스스로 알아서 상처를 치유하죠.”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기 위한 모든 것은 우리 안에 있다고 합니다.

“내가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난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며 출구를 알려 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내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어 줄 사람. 우리 모두에게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면 늘 떠오르는 구절입니다. 소중한 사람이 아픔을 겪고 있을 때, 힘든 시간을 빨리 벗어나라고 재촉하는 대신, 어서 일어나라고 다그치는 대신, 곁에서 같이 그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려 주는 건 어떨까요?

엄마의 미소를 바라보며 조잘거리던 저는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같이 고민할 나이가 됐습니다. 엄마가 우리에게 하셨던 것처럼 저도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 기다려 주는벗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결혼 후 10년 넘게, 어느 순간에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시는, 존경하는 유재신 님께 『샘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2020년 새해 첫 주자를 부탁드립니다. 비전성남 독자 여러분도 2019년 한 해의 마지막,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기고 구미동에서 김현순
 
*독자 리뷰 모집
성남시민 독서릴레이에서 소개하는 책을 읽은 후 리뷰(원고지6매 이내)를 <비전성남 편집실>(이메일 sn997@korea.kr)로 보내 주세요. 선정되면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문의 031-729-2076~8
 
 ■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①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②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 ③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 ④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 ⑤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 ⑥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
『풀들의 전략』 → ⑦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 ⑧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 ⑨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 ⑩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 ⑪ 포토그래퍼 김윤환 『포노 사피엔스』
→ ⑫ 김현순(구미동) 『샘에게 보내는 편지』
→ ⑬ 주부 유재신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