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슈만, 클라라 & 브람스 시리즈 첫 번째로 클라라의 피아노 곡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20’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브람스의 동명 작품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9’를 소개하려고 한다.
같은 멜로디를 지닌 세 작품의 작곡연대는 이렇다, 슈만(1810~1856)의 ‘다채로운 소곡, 작품번호 99’는 1836~1849년에, 클라라(1819~1896)의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20’은 1853년에, 그리고 브람스(1833~1897)의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9’는 1854년에 작곡됐다.
슈만의 43번째 생일에 클라라는 자신의 작품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20’을 남편에게 선물하며 “이 소박하고 새롭게 변형된 에세이를 나의 사랑하는 남편에게, 그의 오랜 클라라가 1853년 6월 8일에”라는 헌정사를 붙인다. 클라라가 슈만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작품에 담았다면 동명의 브람스 작품은 슈만 부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브람스가 슈만 부부를 처음 만난 것은 1853년 가을이다. 당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하힘의 소개로 슈만 부부의 집을 찾아간 브람스의 모습은 영화 ‘사랑의 노래 Song of Love’(1947)에 잘 담겨 있다.
“어느 작곡가보다도 슈만을 존경한다”며 슈만과 함께 공부하기를 원하는 브람스. 20살의 젊은 음악가의 재능을 알아본 슈만은 브람스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할 뿐 아니라 음악잡지에 이 훌륭한 음악가에 대한 찬사의 글을 쓴다. 이런 슈만의 지지에 힘입어 첫 네 작품을 출판하고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린 브람스는 이후 슈만 부부와 음악적·인간적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갖는다. 브람스는, 1854년 2월 슈만이 자살을 시도하고 보호시설에 수용돼 아내인 클라라와의 만남이 금지됐을 때 슈만과 클라라의 중개자 역할을 하고 1856년 슈만이 타계한 후에는 클라라 가까이에서 슈만 가정을 돕는다. 클라라가 남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슈만의 멜로디를 자신의 작품에 담았듯이 브람스도 슈만 부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기 위해 클라라가 선택한 슈만의 멜로디를 자신의 변주곡 주제로 택한다.
1854년 6월 브람스는 그의 작품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9’를 클라라에게 헌정한다. 슈만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해 브람스가 선택한 슈만의 멜로디가 1년 전 클라라가 자신의 변주곡에 담은 그 멜로디인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브람스는 클라라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지니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클라라는 자신의 음악회에서 브람스 작품들을 연주하며 브람스의 작곡활동을 지지했다. 클라라가 “이방인이자 수수께끼와도 같은 사람”이라고 여긴 브람스는 클라라가 사망한 다음 해에 생을 마감한다. 브람스의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9’에는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세계에서 중요한 세 인물 간의 사랑과 존경 그리고 연민이 담겨있다. 클라라와 마찬가지로, 브람스가 선택한 ‘변주곡’이라는 작곡 형식은 아마도 존경하는 대상과 음악적으로 하나가 되는 가장 이상적인 도구였으리라 생각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대상을 대하듯이 주제를 분석하고 느꼈을 브람스의 마음을 그의 작품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9’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음악칼럼 브람스 op9’를 입력하면 브람스의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및 위에 언급된 작품들과 영화 '사랑의 노래'의 장면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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