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수) 오전 10시, 성남시 수정도서관(수정구 수정로332번길 32) 1층 제1문화교실에서 지난 9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된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의 마지막 일정으로 책례가 진행됐다.
자서전 쓰기 참가자 이정진 강사의 도움으로 삶의 조각들을 모아 자서전을 완성한 11명은 양승일, 전명숙, 정복자, 이완형, 송현자, 김성희, 유정찬, 박찬계, 김태연, 이옥계, 이유미 씨다.
자서전 ‘이렇게 아름다운 걸’ 짧게는 8페이지, 길게는 20페이지가 넘는 11개의 자서전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이렇게 아름다운 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은 자서전 쓰기 참가자 중 가장 연장자인 양승일(81) 씨의 글 중 친구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쓴 편지에서 따온 문구다. 이정진 강사는 제목 선정을 위해 11명의 글을 10번씩 읽었다고 한다.
책 뒤표지에는 ‘사랑을 나누는 그것이 바로 행복이란다. 지금껏 불행했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지는 것이다’라는 자서전 발췌 문장을 넣어 지난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자서전 저자들의 마음을 담았다.
자서전 속, 11개의 삶 책을 들추니 자신의 이름, 고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자신을 칭찬하는 이야기, 그리운 이들에게 쓴 편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실행하고 싶은 꿈 등이 담겨 있었다. ‘코스모스 같은 여인’의 삶(전명숙), 세계의 ‘정복자’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같은 이름을 지닌 자의 삶(정복자), 수영으로 한강을 건너고 산행 중 계곡물에 휩쓸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는 등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고 현재는 무전여행을 꿈꾸는 삶(이완형), 봉사활동 속에서 불리는 자신의 이름에 만족하는 삶(송현자), 양복점을 하시던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받은 삶(김성희), 폭설 속에서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려준 사람과 결혼한 자의 삶(유정찬). 힘들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과 배움으로 꽉 찬 스케줄로 소확행을 실현하는 삶(박찬계), ‘큰 연꽃’의 이름을 지닌 삶(김태연), 15년 시집살이에도 어른에 대한 공경과 효를 배웠다며 감사하는 삶(이옥계), 부산한 일상과 노화하는 몸이지만 “죽을 때까지 잘 돌봐주겠다”는 남편이 있어 감동적인 삶(이유미). 삶의 색깔은 다르지만 그 무게는 어느 하나도 가볍지가 않다.
책례 & 참가자 소감 이정진 강사로부터 수료증과 자서전을 하나씩 전달 받은 후 도서관 측과 참가자들이 준비한 떡과 케익, 음료를 마시며 이정진 강사가 준비한, 11명의 ‘자서전 쓰고 난 후 소감 영상’도 보고 책으로 나온 자서전도 들춰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들 “처음 자서전 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정진 강사의 도움으로 자서전을 쓰고 나니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의미가 있었다”며 “내년에도 꼭 다시 개설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도서관 측에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수정도서관 문학 강좌 참가 후, 자서전 쓰기 수업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는 양승일(81·수진동) 씨는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동력을 일깨워주는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한 수정도서관 관장님을 비롯해 여러분께 고맙다”고 말문을 열며, “자서전 속 자신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의 모습을 통해 ‘나’를 조금이라도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태연(66·수내동) 씨는 “뒤를 돌아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을 안 해 앞만 바라보고 살았다. 자서전을 쓰면서 어린 시절부터 60평생을 돌아보니 슬픔·고통의 기억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이겨낸 내 자신에 대해 자부심도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서전 쓰기는 노년의 정신건강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4년 후 칠순에는 나만의 자서전을 쓸 것”이라며 자신만의 포부도 밝혔다. 12주를 함께 나눈 동료들을 위해 ‘갤러리 통’을 만들어온 송현자(64) 씨는 “자격증을 13개나 땄지만 자서전 쓴 일이 가장 뿌듯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선생님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이정진 강사는 “이번 자서전은 삶의 일대기가 아닌 에세이 같은 자서전이었다. 글 쓰는 것에 대한 설렘을 갖고 오신 분이 많았다. 즐겁고 행복하게 글쓰기를 하셨고 함께하는 과정에서 동지애도 나누셨다”고 설명한다. “자서전을 쓰면서 글쓰기가 주는 힐링을 깨달으셨다는 게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는 이정진 강사. “인간 기본 욕구 중 하나가 자기표현의 욕구다. 나이 들어서 그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연필과 공책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힐링이 되는 것”이라며, 이번 수업을 진행하며 “함께한 선생님들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고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온고지人’을 표방하는 수정도서관 ‘삶의 조각을 모아 작은 자서전 쓰기’는 수정도서관이 올해 기획한 ‘도서관과 함께 인생이모작’의 하반기 프로그램이다. 김영미 사서는 늘어나는 시니어 인구를 위해 “2018년에 ‘어르신을 위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며 도서관 이용법, 책 대출 방법, 글쓰기, 건강교육, 화분 만들기, 스마트폰 활용하기 등의 다양한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속에 포함된 두 번의 글쓰기 과정을 관찰하면서 감동과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는 김영미 사서는 “한 분 한 분의 삶의 역사를 들으면서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올해 12회의 자서전 쓰기를 기획한 이유를 설명한다. 수정도서관이 모토로 삼고 있는 ‘온고지인’, 즉 ‘도서관이 책을 매개로 사람을 알고,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을 위한다‘는 뜻을 실천하는 현장을 목격하며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닌 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 삶의 욕구를 채워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정도서관의 세심한 기획력에 감사함을 느끼며, 시민들의 바람처럼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이 내년에도 꼭 다시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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