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훌륭한 학자가 되라는 의미로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바로 학자를 상징하는 회화나무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뜻으로 회초리를 준비했는데 회초리로 사용한 나무도 회화나무의 푸른 가지였다. 그래서 회화나무를 ‘학자수’라 부르기도 한다. 회화나무가 학자수가 된 것은 2000여 년 전 중국 주나라 때부터라고 한다. 주나라에서는 궁에 회화나무 3그루를 심고 삼정승의 자리임을 표시하고 회화나무 아래에 앉아 나랏일을 했다. 또 묘지에 심는 나무도 정해 놓았는데 왕의 능에는 소나무, 왕족의 묘지에는 측백나무, 학자 가운데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은 회화나무를 심게 했다. 회화나무는 높은 벼슬을 가진 학자를 상징하는 나무로 회화나무의 영어이름도 중국학자나무(Chinese Scholar Tree)라고 한다. 옛날 사람들이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큰 복으로 여긴 탓에 학자가 돼 높은 벼슬을 하게 도와준다고 믿은 회화나무를 복을 부르는 나무로 여겼다. 회화나무가 있는 마을에 원님이 부임해서 처음 오면 회화나무 앞에서 제사를 드렸고, 회화나무는 정승으로 임명한 사람에게 임금이 손수 하사하는 나무였으며 선비가 벼슬에 오를 때나 하직할 때 주고받는 선물이기도 했다.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엔 조선시대 퇴계 이황의 제자로, 호조판서를 지낸 윤탁연이 1580년 문신정시에서 수석해 임금님께서 하사한 회화나무가 남아 있다. 회화나무를 나타내는 한자는 괴(槐)다. 그래서 회화나무를 괴수(槐樹)라고도 한다. 특히 ‘槐(괴)’자는 나무 목(木)과 귀신 귀(鬼)를 합쳐서 만든 글자로 잡귀를 물리친다 해 집 주변에 많이 심었다. 또 회화나무를 뜻하는 한자 ‘괴’는 오래된 회화나무가 있던 고을이름에 많이 사용됐다. 충청북도 괴산군이나 경상북도 상괴리 등이 있다. 회화나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왔는데 한자 ‘괴’의 중국발음이 ‘회’자와 비슷해 회나무 또는 회화나무라고 하게 된 것이다. 곧게 자라는 대나무와 달리 회화나무 가지들은 제멋대로 뻗는 특징이 있는데 옛사람들은 이를 두고 자유롭고 유연한 학자의 기개로 봤다. 우리나라의 옛 천 원권 지폐 뒷면에는 퇴계 이황이 심었다는 도산서원의 회화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학자들의 풍모를 닮은 만큼 대학자 이황의 사랑도 듬뿍 받은 나무였나보다. 우리는 미래사회에 걸맞은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자유롭고 유연함을 학자에게 필요한 기개로 여긴 조상들의 교육관을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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