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두가 큰 어려움에 처하고 고심이 깊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전염병은 사람이나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게도 큰 피해를 안겨줬는데 감자가 그예다. 인기있는 식재료인 감자는 처음 남미에서 유럽으로 전래됐을때 울퉁불퉁한 겉모양 때문에 가축사료로만 쓰이며 푸대접을 받았다. 싹이나 잎에 솔라닌이라는 독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들이 악마의 식물이라고 멀리했다. 중세유럽에서는 흉년이나긴 전쟁으로 인한 기근을 해결하고자 감자를 대중에게 보급하는 데 200여 년이 걸렸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영국 엘리자베스1세는 감자 보급을 위해 귀족과 정치가 대상으로 ‘감자파티’를 주최하기도 했다. 감자대왕으로 불린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2세는 감자 보급 캠페인을 벌였고 감자밭에 군대를 배치, 경계를 서게 해 감자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작물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프랑스 루이16세는 단춧구멍에 감자꽃을 꽂아 장식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게도 감자꽃 장식을 달게 함으로써 대대적인 감자 홍보에 나섰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진 노력 이후 감자는 일반 백성들을 기아에서 구해주는 고마운 식물로 자리잡았는데 1845년에 갑자기 찾아온 전염병인 감자잎마름병이 아일랜드를 휩쓸었다. 이병은 전염성이 강해 밭에 심은 감자가 온통 썩어버렸다. 감자의 원산지 남미에선 감자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품종을 섞어서 심었다. 품종이 다양하면 병원균의 공격에도 살아남는 강인한 품종이 있는데, 아일랜드는 안타깝게도 한정된 품종만 재배했던 까닭에 모든 감자가 잎마름병에 걸리는 참사를 맞았다. 당시 아일랜드 농부들에게 영국의 수탈을 피할 수 있는 작물이 감자였다. 대체할 작물 없이 감자를 주식으로 삼았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갔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비참하게 굶어 가는 동안 영국은 아일랜드를 외면했고, 희망을 찾아 미국을 향한 400만 명에 달하는 아일랜드 이민의 역사가 감자잎마름병으로 시작됐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미국의 산업노동인력으로 흡수되며 공업화에 이바지한 결과 미국은 당시 초강대국 영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고의 공업국가로 성장했다. 한편 아일랜드와 영국은 이후 갈등이 격화되면서 아일랜드 독립으로 이어졌다. 전염병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예측하지 못한 여러 변화를 불러오게 된다. 최근 우리를 긴장시키는 코로나19로 사회제도나 생활환경, 소비나 생산영역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며 이 시련을 이겨나갈 수 있게 이웃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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