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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소환하다] 학창시절 빼놓을 수 없는 이곳, 종합시장과 순창떡볶이

세상 저렴한 추억의 떡볶이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4/28 [14:4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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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시장 건물 철거 전 중앙극장에서 나이트클럽으로 전환해 운영되던 모습 © 비전성남
 
성남 종합시장(신흥3동)에는 성남극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중앙극장이 있었고 명동의류,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이 있었다.
 
종합시장 건물 내엔 중앙극장을 대표로 80년대 패션을 선도하던 의류 상가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 LP 음반 빼곡한 음악다방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시장 건물 주변은 분식, 카페, 주점, 음식점 등이 많아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상권이었다.
 
성남을 대표하던 이곳 종합시장 상권에 ‘순창 떡볶이’란 이름의 간판이 걸린 건 1990년 어느 날이었다.
 
▲순창떡볶이집 외부     © 비전성남
 
“한 평 반이나 될까? 아주 작은 공간에 오천 원짜리 의자 열 개와 선풍기 한 대 놓고 시작했어요.”

성남 제1공단,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손명철(61)·남애희(59) 부부의 연애시절 데이트 장소는 종합시장에 있던 신일떡볶이었다.
 
음식 솜씨 좋은 아내와 성실한 남편, 특별한 비법보다는 아내의 손맛으로 만들어진 떡볶이는 30년 세월을 지나는 동안 주머니 사정 가난한 학생들에겐 특별한 먹거리로 배를 불리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학창시절 추억으로 쌓여 왔다.
 
▲손명철․남애희 부부의 젊은 시절     © 비전성남
 
“아저씨가 지금도 계시네요? 학교 다닐 때 자주 먹었던 떡볶이 생각나서 왔어요.”

각자 500원씩 걷어서 1인분에 천 원 하는 떡볶이를 주문해 사이좋게 나눠 먹던 학생들이 어느덧 40대 중반의 학부모가 돼 이곳을 찾는다.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놀던 거리, 날마다 배고픔을 덜고 갔던 곳이다. 저쪽으로 가면 자주 가던 노래방이 있고, 오락실이 있고, 중원문고가 있었고…. “그땐 그랬었지….” 선풍기 한 대의 바람을 나눠 가지며 만들었던 떡볶이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 인기가 많은 떡볶이 한상차림    © 비전성남
 
30년간 천 원 떡볶이… “올해 500원 인상해서 많이 미안해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린 부부는 30년 동안 떡볶이 1인분 1천 원을 유지해왔다. 저렴함에 훌륭한 맛이 더하니 성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 중 이곳 떡볶이를 안 먹어본 사람, 순창떡볶이에 안 와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손명철·남애희 부부는 “물가상승을 이겨낼 방법이 없어 가격을 500원 인상했어요. 손님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라고 말하지만 1,500원 하는 떡볶이 한 접시 들고 보니 이 또한 세상 저렴한 떡볶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떡볶이 조리 중인 손명철 사장님    © 비전성남
 
종합시장, 한때 ‘청바지 골목’서 ‘떡볶이 골목’으로

‘떡볶이 골목’으로 불리기 이전, 80년대엔 ‘청바지 골목’으로 불릴 때도 있었다. 순창떡볶이 개업 이후 청바지 가게가 하나둘 사라지는가 싶더니 할매·신당동 등 분식, 즉석떡볶이 전문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청바지’에서 ‘떡볶이’로 거리의 이름이 바뀌었다.

종합시장 건물 철거 후 시장은 쇠퇴기에 접어들고 떡볶이 골목이란 이름 또한 희미해져 간다. 과거의 종합시장 상권을 이야기하다 보면 누군가는 중앙극장을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은 중원문고에 머무를 것이다. 순창떡볶이 집에 앉아서 종합시장의 과거를 추억해 본다.
 
* 이 지면은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성남의 모습을 시민과 함께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변에 30년 이상 오래된 이색가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착한가게, 장인 등이 있으면 비전성남 편집실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031-729-2076~8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