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콜센터로 민원이 들어왔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라며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해주고 마스크도 한 상자 가져다 줬다며 서현동 효자길 5-1에서 우동집을 운영 중인 노부부가 임대인에 대한 표창을 건의한 것이다.
민원의 주인공 최용섭(79) 씨는 부인 이정자(75) 씨와 함께 서현동 효자길에서 ‘북해도’라는 우동집을 운영하고 있다.
1967년 군 제대 후 음식점을 시작했다는 최용섭(79) 사장님. 음식점을 운영한 지 벌써 53년이 됐다. 명동, 서소문, 삼성동, 압구정동 등 서울 곳곳에서 음식점을 하다 2~3년 전 서현동 효자길에 자리 잡고 ‘북해도’를 열었다.
부인 이정자(75) 씨와 함께 ‘북해도’를 운영하며 지난해엔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손님이 줄어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임대인이 6개월 동안 임대료를 20% 인하한다는 말과 함께 마스크 한 상자를 선물하고 간 것이다.
‘북해도’가 입주한 건물의 주인인 안승길(59) 씨는 “코로나19로 요즘 특히 요식업 운영이 힘든 상황인데 뉴스로 ‘착한 임대인’ 소식을 접하고 ‘북해도’ 사장님 생각이 났다”며 “지자체에서도 동참하고 있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임대료 인하를 제안”했다.
임대료 인하의 계기를 덤덤하게 말하지만 “코로나19는 잠잠해질지 모르지만 휴가철인 7·8월은 동네 식당 비수기기에 짧은 기간 바짝 인하보다는 6개월 정도 지속적 인하가 도움이 될 듯해 임대료 인하를 9월까지로 정했다”는 설명 속에서 임차인을 배려하는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해도 사장님께 드린 마스크에 대한 질문에 “요즘은 많이 완화됐지만 코로나 초기엔 마스크 구입이 어려웠다. 음식점 일을 하면서 약국에 가기 힘드실 텐데 마스크를 써야 손님들도 안심하고 찾을 거라 생각해 많지는 않지만 마스크를 모아 전달해 드렸다”며 이 또한 많은 양이 아니었음을 강조하는 임대인 안승길 씨. “인터뷰를 하면 조금이라도 북해도 사장님께 도움이 될까”해서 인터뷰를 결정했다고 한다. 북해도 최용섭 사장님은 “돈보다도 정신적으로 너무 고마웠다”며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임대료 인하로 ‘북해도 창업 50주년 기념 이벤트’인 가격인하(가께우동, 메밀국수, 유부초밥 모두 각각 3천 원)가 가능했고 덕분에 손님이 늘었다”는 최용섭 사장님.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갑과 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상생(相生)’의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북해도 사장님과 임대인 안승길 씨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민들의 마음까지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가 결국 ‘상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밤일수록 더 밝게 빛나는 별처럼 코로나 위기 속에서 ‘상생’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미담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착한 임대인 안승길 씨의 소식을 전하며 북해도 사장님의 바람처럼 착한 임대인 운동이 사회 곳곳으로 옮아가길 기대해 본다. 올해 2월 12일 전주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인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4월 15일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전국 513곳, 3,425명의 임대인이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성남시에서도 ‘상생(相生)임대료 인하운동’ 독려를 위해 시 소유 중앙지하상가, 하대원공설시장, 모란민속5일장 내 총 1,133개 점포 임대료를 2월부터 6개월간 60~77%까지 인하했으며, 이 운동에 동참하는 52명의 건물주, 140개 점포에 대해서 재산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하기로 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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