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 주워다가 공터에서 묵을 쒀 다라이 (고무대야)에 담아 단대천 뚝방길에서 팔고, 시장 근처 길바닥에서, 처마 밑에서 노점을 하며 자식을 키우고 생계를 이었어요. 속된 말로 사람장사 말고는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성호시장에 제 청춘을 바쳤습니다.” 스물여덟 살 꽃다운 나이에 성호시장, 질퍽질퍽한 흙바닥 노상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는 이정효(조선별미 죽집) 어르신은 올해 74세로 “제가 아마도 성호시장을 가장 오래 지켜본 상인일 거예요”라고 말한다. 1960년대 말, 70년대 초 성호시장은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보따리 장사를 하던 곳, 될 수 있으면 값싼 물건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고 생필품, 가공, 생산,서민들의 먹을거리 제공 등으로 도심 상권의 중심축으로 발전했다. 한때 점포 수 1천여 개에 빈 점포가 없어 돈이 있어도 입점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통시장의 전반적인 쇠퇴와 연이은 개발정책 무산으로 시장은 무력화됐다. 현재는 260여 곳 점포만이 남아 성호시장의 명맥을 이어간다. 바로 앞 단대천이 1998년 복개되고 지하철 8호선이 지나가는 동안 성호시장만큼은 세월을 비켜 갔다.
슬레이트 지붕 올려 만들어진 하나의 점포에 덧대고 덧대 만들어진 시장 타임머신 타고 5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환경 속에서 상인들은 돼지머리 고기를 삶아내고 순대 요리를 만들어낸다. 홍어회 무침이 이곳만큼 유명한 곳이 또 있을까. 성남에선 모르는 사람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할머니족발, 손가락 김밥, 민속 전 또한 성호시장에서 만들어진다. 얼기설기 엮인 슬레이트 지붕,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전기선 아래서 40년, 50년 전통을 이어왔다. 한 상인은 “변한 게 있다면 50원 내고 사용했던 유료화장실 요금이 100원으로 인상됐다는 것과 20~30대 청춘에 들어왔는데 상인들 나이가 60살을 넘어 70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성호시장 현대화사업 개발정책은 무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입을 모은다. “몇십 년 전부터 6개월 후, 1년 후에 개발한다는 개발정책을 믿고 낙후된 시설을 수리, 보수도 하지 못한 채 장사를 하고 있다”며 “시대를 따라 가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환경에서 이제는 벗어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창섭 상인회장(복길네청과)은 “과거 일관성 없는 개발정책과 달리 이번 ‘성호시장 시설현대화 및 복합개발 사업'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공설시장의 특수성에 따른 상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상인대책이 세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원구 성남동 2020번지 일대 성호시장은 2024년 말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이 있는 주상복합건물로 탈바꿈한다. 착공 시기는 2022년 상반기다. 성남시와 LH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성호시장의 노후한 건축물을 헐고 그 자리에 지하 6층, 지상 23층, 연면적 5만1,221㎡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세운다. 2년 6개월여 신축 공사 기간 중 계속 영업을 원하는 상인들에겐 인근 부지에 임시 시장을 조성해 무상 임대하고, 이후 공설시장에 재입점토록 할 계획이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이 지면은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성남의 모습을 시민과 함께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변에 30년 이상 오래된 이색가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착한가게, 장인 등이 있으면 비전성남 편집실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031-729-2076~8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