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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 “재미, 아는 것을 피해 가는 노력이죠”

이매문고 10.23, 10.30, 11.27 심야책방 진행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9/28 [14:1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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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식 작가 '글쓰기로 바뀐 인생, 회색인간을 내기까지'     © 비전성남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이매문고(대표 전경자)는 9월 25일 밤 7시 하반기 첫 심야책방으로 김동식 소설가 초청 강연 <글쓰기로 바뀐 인생, 회색 인간을 내기까지>를 열었다.

 
▲ 강연을 시작하는 김동식 작가     © 비전성남

 

김동식 작가는 2016년 5월 온라인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공포게시판에 단편 소설을 올리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과 앤솔러지 작품집     © 비전성남

 

2017년 12월 말, 첫 출간으로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가 동시에 발행됐다. 2천 권씩 발행하자마자 품절되면서 바로 2쇄, 3쇄 계속 이어졌고 이후 출간되는 소설집마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까지 9권의 소설집을 냈고, 『일상 감시 구역』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등 많은 앤솔러지(선집)에 참여했다.

 

올해 3월에 출간한 8번째 소설집의 표제작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드라마로 제작돼 9월에 방영됐다. 이 밖에도 그의 작품들은 웹툰, 연극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의 장르는 판타지, 스릴러, SF가 대부분이며, 원고지 20~30매의 단편이다. 이야기는 쉽게 빨리 읽히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반전, 예상을 앞지르는 이야기 구성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 '회색인간'은 올해 6월 말 22쇄를 발행했다.     © 비전성남

 

“무엇보다도 ‘이건 지금까지 없던 글인데’하고 자연스럽게 감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가 선택하는 단어도, 즐겨 사용하는 문장의 구조도, 도무지 기존의 익숙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어쩌면 무척이나 이질적이라고 할까. 그는 겸손하면서도 거침이 없었고, 공들여 서술해야 할 부분을 문장 하나로 종결짓고는 주목하지 않았던 지점으로 독자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SF나 스릴러 등의 장르물을 읽는다는 건, 작가가 마련해둔 서사의 종결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예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기를 바라며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만큼 설레는 것이다. 김동식 작가는 그때마다, 예상한 데서 한 발이 아니라 두 발씩 앞질러 가곤 했다.”

 

김동식 작가를 발굴한 김민섭 작가(‘나는지방대강사입니다’)의 평이다.

 
▲ 김동식 작가     © 비전성남

 

그와 그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화제가 된 것은 ‘주물공장 노동자’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다’ ‘중학교 1학년 중퇴’라는 사실이었다.

 

외삼촌의 소개로 서울로 상경해 주물공장에 취직했다. 500도가 넘는 쇳물을 붓고 식히고 떠내는 작업은 무서웠다.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버텨야 한다는 각오로 한 달을 일하고 받은 첫 월급이 그를 10년간 공장과 집만 오가며 결근 한 번 없이 일을 하게 했다. 그 월급은 상경 직전까지 받았던 월급과는 달랐다. 일을 한 만큼 인정받은 정당한 대가였다.

 

위험하지만 단순히 반복되는 작업에 곧 익숙해졌고 여유가 생기면서 조금씩 지루해졌다. 10년간 그 지루함을 이기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망상’이었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초능력을 갖게 되다면?으로 시작한 망상은 한편의 이야기로 엮어졌다.

 

망상과 상상으로도 버틸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온 것은 공장에서 일한 지 9년 째인 서른 살 아침이었다. 20대 10년을 돌아보니 공장과 집을 오간 것 외에는 다른 일이 없었다. 우울해졌고 공장에서는 퇴근만 기다렸다. 그 위기를 견디게 해준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서른 살까지 무엇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작가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 김동식 작가     © 비전성남

 

그 시기 그는 온라인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의 공포게시판에 진행되던 릴레이글쓰기가 재밌었다. 자신이 이어쓰는 토막글을 조금만 발전시키면 한 편의 이야기도 가능할 것 같았다.

 

2016년 5월 어느 주말 아침. 이야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다. 인터넷포털에 질문을 올렸다.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접속사를 많이 쓰면 안 된다 등 알려주는 대로 써서 첫 소설을 완성해 게시판에 올렸다. 반응이 없어 포기할 때쯤 ‘기발해요, 잘 읽었어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게요’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댓글들은 그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보람,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 충격이었고 정말 기뻤다. 그리고 난생처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글쓰기. 정확히 말하면 댓글을 받고 싶었다. 댓글을 받으려면 매일 쓰면서 이야기를 3일에 한 편씩은 완성해야 한다. 그는 이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해서 1년 반 동안 300여 편의 소설을 썼다. 지금도 3일에 한 편씩 소설을 완성한다.

 
▲ 김동식 작가     © 비전성남

 

공장에서 퇴근하면 글을 써서 올리고 성취감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댓글을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공장에서 지칠 때도 댓글을 읽었다. 독자들의 댓글은 그의 생활과 글쓰기에 큰 힘이 됐다. 그는 항상 자신의 소설에 첫 댓글을 남겼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행복하세요.”

 

그의 글에는 맞춤법, 비문, 개연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배우기로 했다. 순수한 지적과 조언이 쏟아졌고 그 독자들이 스승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문이 사라지고 가독성이 높아지면서 글이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독자들은 이제 ‘제발 책 좀 내주세요’, ‘공모전에 참가하세요’라고 응원했고 소문을 내기도 했다. 그의 책이 나왔다는 게시글에는 구매영수증을 인증샷으로 올리는 릴레이가 이어졌다.

 
▲ 김동식 작가 강연회     © 비전성남

 

김동식 작가는 오로지 힘이 돼 주는 댓글을 받고 싶어서 꾸준히 글을 썼다. 그는 꾸준함과 좋은 태도를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로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그가 말하는 좋은 태도는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느낀 솔직함과 겸손함이다. 꾸준함은 언제나 준비가 돼 있다는 자세라고 한다. 그는 그 꾸준함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 김동식 작가     © 비전성남

 

독자들이 그의 작품에 대해 말하는, 예상의 허를 찌르는 반전과 결말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는 결국 사람들도 작가도 모르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파고까지 등장한 요즘 시대에 창작자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했다. 최대한 많이 알고 그것을 피해가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 서울에서 찾아온 학생들과 사진을 찍는 김동식 작가     © 비전성남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연은 참가자들, 특히 서울시 용산구에서 찾아온 중학생 두 명에게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최성주 학생(선린중2)은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나고 인생 이야기까지 들어서 기뻤다. 이가현 학생(선린중3)은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알게 됐다. 두 학생은 김동식 작가에게 줄 선물까지 준비했다. 

 
▲ 이매문고 전경자 대표와 김동식 작가     © 비전성남

 

이매문고 전경자 대표는 “자기 자랑이 많은 시대에 겸손함과 성실함의 힘을 보여준 작가가 훌륭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많은 독자들을 초대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매문고 하반기 심야책방은 ▲10월 23일 - 독서골든벨 ▲10월 30일 - 조이스 박 교수의 엄마와 함께하는 영어동화 ‘리드 얼라우드’ ▲11월 27일 – 캠핑 나이트가 열린다. 참가 신청과 문의는 ‘이매문고 031-708-6555’로 하면 된다.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 이매문고 심야책방 하반기 일정(8.28일 일정은 10.23로 변경됨)     © 비전성남

 

심야책방은 동네서점이 특색을 살린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공모에 통과한 전국 동네서점에서 상·하반기 4회씩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주관한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