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민 독서릴레이 23 최하은 대학원생] 죽음 그 이전, 그리고 그 너머의 이야기

삶, 고통, 죽음을 통찰하는 심리부검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의 심리부검 인터뷰』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0/23 [14:49]

 
▲ 에드윈 슈나이드먼 지음,학지사 펴냄     © 비전성남
 
부검이란 사람이 죽은 원인을 알기 위해 시신을 해부, 검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한 정황이 확실한 경우 부검은 실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심리부검은 자살의 경우에 실시하는 절차입니다.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 행동 양상, 변화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검토해 자살의 구체적 원인을 검증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슈나이드먼 박사가 진행한 아서라는 젊은이의 심리부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슈나이드먼 박사는 심리부검을 위해 아서의 어머니, 아버지, 형, 여동생, 친구, 전 부인, 여자 친구, 심리치료사, 그리고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까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서 개인의 성격, 기질부터 생애 전반을 조명하고 자살의 원인을 다면적으로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우울증을 자살의 원인으로 생각하지만, 자살의 원인은 단순히 한 가지 요인으로 환원될 수 없습니다. 책에서도 아서 역시 우울증을 갖고 있기는 했으나 그것을 자살의 단편적인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이 죽으면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자살의 경우는 자살인 것이 밝혀지면 모든 조사는 종료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타살, 즉 범죄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살인 경우 모든 조사를 종료할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라도 자살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꼭 심리부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살 유가족뿐 아니라 고인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살이라는 사인은 죽음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고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어 힘들어할 뿐 아니라 자신이 고인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는지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직장 동료를 떠나보내며 힘들어했던 적이 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만 있다면 조금 덜 힘들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무겁고 어려운 단어라 묻어두려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주위에서도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고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상실과 그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에 대해 직면하고 터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고인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얘기하고, 마음껏 슬퍼하며 충분한 애도의 기간을 가져야 슬픔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부검은 그러한 면에서,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치유와 극복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인의 성격, 고인과 함께한 모든 시간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심리부검은 한 개인이 죽음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심도 있게 분석함으로써 자살의 원인을 다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덜게 해줄 수 있으며, 이 절차가 좀 더 보편화돼 수많은 데이터들이 축적된다면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되는 모델을 구현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입에 담기에도 어렵고 슬픈 단어를 계속 언급해 글이 무거워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회피하고 싶은 것일수록 더더욱 직면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듯이, 심리부검이라는 낯선 절차도 더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추천합니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늘 건강을 염려해야 하는 요즘, 모두들 마음의 건강도 챙기며 잘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가수이자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김현성 씨에게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주자로 시민들과 만날 기회를 드립니다.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①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②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③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④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⑤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나의 엄마』, 『어린이』
⑥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풀들의 전략』
⑦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⑧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⑨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⑩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⑪ 스토리텔링 포토그래퍼 김윤환『포노 사피엔스』
⑫ 김현순(구미동) 『샘에게 보내는 편지』
⑬ 주부 유재신 님 『정원가의 열두 달』
⑭ 황찬욱 학원장 『위험한 과학책』
⑮ 한영준 송림고 교장 『라틴어수업』
⑯ 성남교육지원청 이동배 장학사『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⑰ 김혜원 호서대학교 교수 『죽음의 수용소에서』
⑱ 정소영 세계동화작은도서관장『가재가 노래하는 곳』
⑲ 홍의택 가천대학교 교수『명묵(明黙)의 건축』
⑳ 김진엽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21 서정림 공연연출가 『생각의 지도』
22 최장섭 변호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23 최하은 대학원생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의 심리부검 인터뷰』
24 김현성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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