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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황연희 시인의 ‘나를 이끈 독서’

깊어 가는 가을, 심야책방으로 초대합니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0/31 [13:4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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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0일 황연희 시인과 함께한 코끼리서점의 심야책방  © 비전성남
▲ 분당구 수내동 코끼리서점     ©비전성남

 

분당구 수내동 코끼리상가 지하에 위치한 코끼리서점(대표 문선미). 코끼리서점은 지역주민을 위해 도서와 코로나19 극복 성금을 기탁한 모범적인 수내동 대표 전통서점이다. 서점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 아담한 문화공간에서 가을의 독서 감성을 채워줄 심야책방이 열렸다.

 
▲ 코끼리서점 문선미 대표     © 비전성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후원하는 심야책방은 ‘달이 뜨면 심야에 책방에 놀러간다’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문선미 대표가 심야책방의 의미를 설명한 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환영하며 심야책방이 시작됐다.

 
▲ 30일의 책방지기, 황연희 시인     © 비전성남

 

10월 30일. 10월의 마지막 밤의 낭만으로 독서를 이끌어 줄 이날의 책방지기 황연희 시인은 내년 6월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이자 예비 평생교육사다. 2015년에 시인으로 등단했고 47년째 써온 일기를 정리 중이다.

 

학교 다닐 때는 가난해서 교과서 외에는 책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해서 온 동네를 다니며 책을 빌려 읽었다. 독서를 하면서 좋은 것은 실천하려 노력하고 꿈을 키우고 상상하다 보니 지금의 나를 이루게 됐다. 그래서 ‘나를 이끈 독서’라는 강연 제목이 탄생했다.

 
▲ 꼬끼리서점 문화공간     © 비전성남

 

시인은 다섯 가지의 물음을 던졌다.

 

첫 번째 물음-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구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다. 한 권의 책에서 한 줄이라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밤새워 책을 썼을 작가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물음- 독서 기록은 필요할까?

책을 읽으며 꾸준히 독서기록을 했다. 그중 실천하고 싶은 문구는 적어 놓고 외웠다. 그래야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세 번째 물음- 과거, 현재, 미래의 연관성은 있는 것일까?

1974년부터 일기를 썼다. 일기로 2010년 경기도지사 최고기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일기에서 좋은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과거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도 좋은 것을 느꼈다. 이 내용들이 현재와 나의 미래에 연관이 있고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

 

네 번째 물음- 나를 이끌거나 구원해 준 문장은?

 
▲ 안양 평촌도서관 유옥환 관장     © 비전성남

 

이 물음은 참여자들에게 되물었다. 멀리서 참여한 안양 평촌도서관 유옥환 관장은 “요즘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문장에 집중하게 된다. 크든 작든 누군가에게 받으면 언젠가 꼭 베풀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문선미 대표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자’라는 문구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판교에서 온 한 참석자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것이 마음먹기는 쉽지만 어떤 실천과 행동,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문 대표에게 다시 던졌다.
 

문 대표는 이 질문에 “평소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틈틈이 시간을 내 제일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찾아서 한다”고 답했다.

  

다섯 째 물음- 권하고 싶은 책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나를 이끈 독서’의 목록에 소개했다.

 

가진 것, 배운 것은 없었지만 두려움도 없었고 용기는 있었다. 나에게 아직은 절정의 시기가 오지 않았다 생각했다. 좋은 일이 있어도 내 인생의 절정이 올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이제는 절정이라는 단어를 못 쓰겠다. 열정이라는 말도 조심스럽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지만 ‘서울특별시민’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1989년 서울특별시민이 됐고 그것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그 이후 대학교와 대학원 공부를 했고 내가 원하는 성공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 나를 이끈 독서

책은 읽으며 마음껏 커닝을 할 수 있다. 책만 보면 떨린다. 새 책이든 빌린 책이나 낡은 책이든 모두 같다. 지금은 집에 시골 서점만큼 많은 책이 있어서 서재를 꾸며 놓았다. 마키아벨리는 서재에 갈 때 의관을 갖추고 간다고 한다. 나도 서재에 갈 때면 항상 세수도 하고 옷을 차려 입고 간다. 책을 볼 때도 글을 쓰는 마음으로 대한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레오 버스카글리아)

이 책에는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필요는 없어. 서로 가르쳐 줄 수 있으니까’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류비세프)

저자는 소련의 곤충학자로 52년간 일기를 썼다. 내가 읽은 책 중에 밑줄이 가장 많이 그어진 책이다. 작가의 철저한 시간 관리를 보여주는 책이다. 『조화로운 삶』(헬렌니어링, 스코트니어링) 부부가 저자인 책으로 책과 공기, 햇살만 있어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는 책이다. 좋은 구절 필사의 좋은 점과 중요성을 알려준다.

 

『나는 학생이다』(왕멍)는 평생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을 좋아하다.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짐 스토벌)는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이 그려지는 책. 발상이 참 좋았던 책이다.

 

『영향력』(존 맥스웰, 짐 도넌)은 읽고 충격을 크게 받았던 책이다. ‘최고의 업적은 세상에 유익을 끼치는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살면서 세상에 유익은 끼치지 못하더라고 해는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한 책이다. 

 

『논어』(공자어록)는 제일 좋아하는 책이다. 학이편에 나오는 인생삼락은 너무도 유명하다.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유붕)이 自願方來(자원방래)하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통섭의 식탁』(최재천). 통섭은 모든 학문과 연결돼 있다. 통섭에는 자연도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낙엽 하나에서 바람까지도 모두 통섭이다. 세상 모든 것이 식탁이 된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박완서)은 억울한 일이 있거나 사람들이 내 맘을 몰라 줄 때 읽으면 위로가 되는 좋은 책이다. 『지상의 양식』(앙드레지드)은 3번 읽은 책이다. 한 번 읽고 몇 년 후에 다시 읽었을 때 처음 읽은 것처럼 새롭게 느껴졌다. 나이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는 책이었다.

 
▲ 심야책방 참석자들     © 비전성남

 

◉ 좋은 문장, 구절 발췌- 기록 보관해두고 자주 보며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구절

독서나 신문, 교육 수강 시 자연스럽게 접하고 노트에 적어둔다. 신념이 되는 말들은 외우니까 실행이 가능해진다.

 

- 절망은 어리석은 자의 결론이다.(눈앞이 캄캄할 때 도움이 되는 구절)

- 운명아 비켜라, 용기 있는 내가 간다.(삶에 걸림돌이 있을 때 좋은 구절)

- 그릇됨을 고치는 데에는 주저하지 말라!(인정하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말)

- 역경에 부딪힐수록 내 가슴은 뛴다.(20살 대학을 포기하고 방황하던 시절 큰 힘이 됐던 말)

-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정성스러운 삶을 살게 해주는 말)

- 나는 자석처럼 모든 좋은 것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긍정에너지를 주는 말)

- 해야만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직장인들에게 좋은 구절)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자신의 생각에 따라 모든 순간은 천당 또는 지옥이 된다.)

- 최고의 업적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통 큰 사고를 가지도록 이끄는 말)

 
▲ 안양에서 참석한 문동철 씨     © 비전성남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참석자 문동철(안양) 씨는 “오늘 강연을 들으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선한 영향력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발표했다.

 

시인은 “시와 수필을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어렵다. 창작은 어려운 일이지만 즐기면서 하고 싶다.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느낌을 준다면 좋을 것 같다. 퇴직 후에는 평생교육사로서 강연을 하거나 들으면서 많은 것을 나누고 싶다”며 사색하기 좋은 산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사색하기에도 산책하기도 좋은 이 가을이 가기 전 평생 남을 구절을 찾는 독서 산책을 해보면 어떨까. 올해 마지막 심야책방은 11월 27일(금)에 진행된다. 그리고 11월 5일(목) 오후 2시 ‘여행 작가로 사는 법’과 11월 12일(목) 오후 2시 ‘삶은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의 강연이 계획돼 있다(모든 강연은 사전 예약 필수).

 

코끼리서점(분당구 내정로166번길, 031-711-0295)

취재기자 나안근 95n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