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에 귀한 겨울손님이 왔다. 우아한 자태의 큰고니가 탄천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탄천변을 산책하던 시민들은 평소에 볼 수 없던 6마리의 큰고니 가족을 신기해하며 잠시 멈춰 서 지켜보거나 핸드폰을 꺼내 큰고니 가족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성남 탄천에 고니가 드물게 관찰됐다는 기록이 있긴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성남 탄천에서 큰고니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에 탄천에 온 큰고니들은 겨울 한파로 경기도 인근의 저수지나 호수가 얼어 먹이활동이 어려워져 이동하던 중 탄천까지 오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큰고니는 주로 러시아의 북동부 브라티야 지역의 호수와 내몽골자치구의 북서부 후룬베이얼시 습지가 고향이다. 큰고니들은 얼음이 얼어 먹을 게 없어지면 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4천Km를 날아 이동한다. 여름 동안에 태어나 자란 새끼들을 데리고 큰고니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로 내려와 11월 초순부터 2월 하순까지 강의 하구나, 저수지, 호수 근처에 가족 단위로 모여 무리를 이루고 겨울을 지낸다. 우리나라에선 낙동강 하구, 주남저수지와 천수만, 금강 하구, 미사리 팔당대교 주변 갈대가 어우러져 있는 곳에서 주로 머문다.
천연기념물 제201-2호로 지정된 큰고니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고니류는 큰고니를 비롯해 흑고니와 고니가 있다. 흑고니와 고니는 드물게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며 큰고니에 비해 덩치가 조금 작다. 고니류의 새들은 암컷과 수컷의 모습이 비슷하다. 부리는 선명한 황색이며 끝부분부터 콧등까지 검은 큰고니는 목이 길고 몸 전체가 온통 하얀 깃털로 덮여 있어 백조라고도 부른다.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의 주인공이 바로 고니 새끼인데 어린 새끼들은 깃털이 회색을 띠다가 여러 번의 털갈이를 통해 점차 흰색으로 바뀐다. 큰고니는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그해 태어난 새끼는 이듬해 독립을 할 때까지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고니의 가족애는 남다르다. 큰고니는 대개 밤에 휴식을 취하고 낮에는 먹이활동을 하는데 잠자리로 갈 때나 먹이활동을 시작할 때는 꼭 가족이 모여 단체활동을 한다. 특히 목소리를 여러 가지 감정 표현과 함께 가족 간 의사소통 도구로 사용한다고 한다. 때때로 고니들이 모여 날개를 퍼덕이며 소리를 지르는 것도 가족의 안전과 결속을 다지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큰고니는 물새들 중에서도 덩치가 크고(몸길이가 약 1.5m, 펼친 날개의 길이가 약 2.4m) 몸이 무거워 한 번에 이륙할 수 없다. 고니들은 20~30미터 가량의 수면 위를 달리며 날개를 몇 번 퍼덕인 다음에야 비상을 할 수 있다.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가 필요한 것과 같은 셈이다.
큰고니는 물속 식물의 줄기나 뿌리를 즐겨 먹고 달팽이나 작은 물고기도 먹는다. 탄천에서 만난 큰고니 가족들은 가끔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다가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거나 물구나무서듯 자맥질하는 모습으로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었다. 물갈퀴가 있는 몸 뒤쪽의 다리는 자맥질할 때 물을 밀어내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산책 나왔다가 큰고니를 보고 잠시 멈춰선 한 시민은 “탄천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큰고니를 6마리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네요” 하며 반가워했다. 이번에 큰고니가 발견된 곳은 탄천구간 중 미금보가 철거된 부근이다. 미금보가 철거된 후 2019년초부터 미금보 하류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흰목물떼새가 매일 관찰되는데 큰고니 가족도 미금보가 있던 위치에서 1km미터 하류에서 관찰됐다. 성남환경운동연합 김현정 사무국장은 “성남시 탄천구간에서 큰고니가 발견된 것은 환경단체와 성남시가 합심해 탄천수질개선에 노력하면서 자연성이 회복됐고 그럼으로써 점차 생물 종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증거다”라고 설명했다. 큰고니들은 2월 말이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큰고니들이 탄천에서 오래 머물다가 고향으로 잘 돌아가고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탄천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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