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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창창한 하늘 아래, 숲과 들이 내는 숨이 진하다

도시의 발길이 살짝 비켜 간 곳, 석운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1/24 [20:5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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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석 선생의 묘지에서 바라본 산과 골짜기    © 비전성남
 
▲ 산의 골짜기에 형성된 마을, 석운동     © 비전성남

석운동은 아직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운전이 편한 동네다. 누리3번 버스가 시간 맞춰 오가고 있지만, 농한기를 지내는 농촌 풍경인 듯 한적하다. 정성노인의집과 석운노인전문요양원을 양쪽에 두고 한국전력 성남지사 방향으로 길을 걸었다.
 
공기가 맑아서일까 찬 공기가 우울마저 날리는 기분이었다. 아파트가 들어서느라 건설 기계음이 요란한 아랫마을, 대장동에 비해 석운동은 한적 한 모습으로 겨울을 즐기고 있는 풍경이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구름이 자주 끼고 돌이 많아 ‘석운[우리말은 돌운리(도 루니)라고도 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는 동네.
 
마을을 마주 보고 서니 오른쪽으로는 응달산, 왼쪽으로는 발화산이 능선을 맞대고 있다. 석운동은 골에서 발원한 동막천 줄기를 따라 형성된 마을이었다.
 
차로를 따라 걷다 보니 오른쪽으로 순환 자원홍보관이 보인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설립한 홍보관이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개관 여부를 알아보고 방문해야 한다. 2월 28일까지 야생동물의 모습을 담은 와일드라이프 사진전을 야외 광장에서 진행한다.
 
홍보관 뒤쪽은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이어져 있다. 조용한 풍경, 산뜻한 공기와 어울리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다. 도시라는 짐을 내려놓고 농촌 풍경에서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 속에 잠시 섞여보았다. 비로소 창창한 겨울 하늘이 보인다. 곧 봄이 올 거란 예감과 함께 사이다처럼 톡 쏘는 화~ 함이 스쳐 간다.
 
그곳 분위기를 벗어나 왼쪽 길로 들어섰 다. 경기도 기념물 제84호 이경석 선생의 묘와 성남시 향토문화재 제8호 신종군 이효백의 묘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였다. 이 정표를 따라가던 중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이 보였다. 밥 짓는 부뚜막으로 통해진 연기일까?
 
오래 돼 시간이 멈춘 듯한 그집에 끌려 문을 두드렸다. 뜻밖에 젊은 부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도시에서 살다 가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여기에 자리 잡았어요.” 낯선 이에게 선뜻 들어오라며 맞아들였다.
 
▲ 묘지에서 노는 물까치들     © 비전성남

두 분의 묘 주변에서 여러 마리의 물까치가 움직이며 내는 바스락 소리가 고요함을 흔든다. 이효백은 조선 2대 왕 정종의 손자로 궁술에 뛰어난 인물이다. 1467년 세조 때 이시애의 난에서 선봉장으로 나섰다.
 
이경석 선생은 인조·효종· 현종까지 3대 동안 50년에 걸쳐 나라 안팎으로 얽힌 어려움을 적절하게 헤쳐나간 시대의 명상(名相)이었으며, 자신보다 관료의 책임을 먼저 생각한 인물이다. 병자호란 후 당시 누구도 쓰려고 하지 않던 삼전도 비문을 지었다. 전쟁 후 청나라의 압박이 심해 누군가는 써야 했던 비문을 쓰고 자신이 글을 배운 것을 한탄했다고 전해진다.
 
묘역을 지나 좀 더 오르니 발화산과 응달산을 사이에 두고 누비길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한국전력공사 성남지사가 있다. 한국전력공사로 가는 길은 맑게 세수한 얼굴 같은 정갈한 길로 내어져 있다.
 
누비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거북이 등 만한 언덕에 오르니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사이, 저 너머로 단아한 색을 가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보인다.
 
도시의 발길이 살짝 비켜간 ‘석운동’의 풍경 위에서 이 동네에 대해 한 뼘 정도 더 알아가며 기억에 담아 본다.
 
※ 석운동은 법정동으로 행정동은 운중동이다. 

다시 쓰는 세상 순환자원홍보관 1688-9609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