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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지구온난화를 막아주는 숨은 일꾼, 대나무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1/24 [22:5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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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날, 대나무 옆을 지나면 대나무 잎사귀들이 부딪혀 나는 소리가 제법 운치 있다.
 
대나무는 한 종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벼과의 식물중 왕대속, 해장죽속, 조릿대속에 포함되는 목본성 여러해살이식물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명칭이다. 이름이 대나무이기에 당연히 나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나무는 식물학적으론 풀로 취급된다.
 
대나무가 단단한 목질부를 가지고 수십 년을 살지만 보통의 나무가 매년 꽃을 피우는 모습과는 다르게 대나무는 평생 한 번 한꺼번에 꽃을 피웠다가 풀처럼 말라 죽어버린다. 게다가 부피생장을 담당하는 부름켜가 없어서 나이테가 없고 풀처럼 줄기는 매년 처음 땅속에서 자라 올라오는 굵기로 평생 살아간다.
 
지구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 중 하나인 대나무는 고대 사회의 전쟁 무기부터 책, 의복, 식기, 가구, 악기 등 일상생 활에 쓰이는 수많은 물건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다. 또한 대나무는 전구가 발명되는 데도 활용됐다.
 
에디슨이 전구를 연구하던 초기, 대나무를 탄화시킨 필라멘트가 값이 비싸 효용성이 떨어지는 백금 필라멘트를 대신할 최고의 소재로 선택됐던 것이다.
 
대나무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군자가 따라야 할 모범이기도 했다. 군자란 대나무처럼 항상 곧고 단단해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아야 하며, 속이 빈 대나무 줄기처럼 늘 마음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 로고에 있는 다섯 개의 직선은 곧게 뻗은 대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유교에서 대나무는 아버지를 상징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자식들은 대나무지팡이를 들고 상례를 치렀다.
 
영어로 대나무는 ‘밤부(bamboo)’인데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시절에 비롯됐다고 한다. 당시 인도에서는 얄미운 영국인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대나무를 쌓아 놓고 불을 질렀다. 이때 빵빵하고 터지는 소리를 ‘밤푸’로 들은 영국인은 대나무를 일컫는 ‘밤부(bamboo)’라는 영어 이름을 만들었다고 한다.
 
산림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나무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 흡수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대나무숲 1헥타르당 연간 약 30톤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소나무나 잣나무의 탄산가스 흡수량보다 4배나 많은 양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처가 북상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면 성남의 곳곳에서 왕대속에 포함되는 큰 대나무뿐만 아니라 나무 밑에서 자라는 조릿대속에 속하는 자그마한 대나무까지 다양한 대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표피가 검은 색이라 ‘까마귀오(烏)’자를 써서 오죽(烏竹)이라 불리는 대나무도 분당 양지마을 청구아파트 화단과 한솔마을 아파트 화단에서 볼 수 있다.
 
대나무를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데 지구온난화를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고마운 마음에 대나무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될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