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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essay] 내 고향 성남을 떠나지 않은 덕분에…

김규근 중원구 상대원1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2/24 [10:2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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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성남을 떠나지 않은 덕분에…
김규근 중원구 상대원1동
 
토요일, 간만에 실컷 늦잠을 자려고 이불 속에서 뒤척이던 아침. 아내의 호들갑 소리에 거실로 나가보니 행운목에 꽃봉오리가 맺혔다.

거실에서 키우던 행운목에 꽃 피우기가 매우 어렵다며, 항상 정성껏 어루만지며 꽃을 한 번 봤으면 했던 아내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내의 정성도 그랬지만 이 행운목은 워낙 꽃을 잘 피우지 않아서 화초 가게 사장님도 그 꽃 보기가 어렵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 꽃을 보면 행운이라는 뜻에서도 꽃 이름이 행운목이 됐다나.

모든 일이 잘될 것만 같다며, 만발한 행운목 옆에서 환하게 웃는 아내의 모습에서 은근히 기대하는 듯한 뭔가가 보였다. 내가 직장을 오랫동안 다녀주기를 바라는 아내였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사실 요즘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가 넘치는 세대에 지금 직장에서 열심히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것도 큰 행복이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 서울의 괜찮은 직장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을 때도 내 고향 성남을 떠나기 싫어서 그냥 이곳에 살며 분당구에 있는 직장에 계속 근무하고 있다.
 
만약 그때 서울로 갔더라면 지금쯤 명퇴를 하고 집에서 셔터맨을 하고 있을 게 뻔하다. 내가 갈 뻔했던 회사가 최근 다른 곳에 인수합병되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 좋은 직장이라며 그 회사로 둥지를 옮겨 떠났더라면 지금 나는 할 일이 없거나 자영업을 하겠다며 일을 벌였을 것이다.
 
남편이 그러고 있다면 살림하는 아내는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까. 내 고향이자 삶의 안식처인 성남을 떠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갖는 이유다.

그런 와중에 마침 행운목이 피었으니 아내는 꽃과 나의 직장생활 롱런을 어떻게든 연관지어 보려는 마음인 듯했다.
 
행운목이 아내의 바람처럼 내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주는 수호신이 돼 줄 것을 믿는다. 또 우리 가족 모두를 건강하고 화목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행운목, 내년에도 피워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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