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장서각 산책] ‘신선의 복숭아’ 장생과 벽사의 상징이 되다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2/24 [14:15]

▲ <요지연도> 병풍 중 반도 앞에 앉은 서왕모와 목왕, 국립중앙박물관     © 비전성남
 
▲ 김홍도의 <신선도> 병풍 중 동방삭, 국립중앙박물관     © 비전성남
 
1년이 넘게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요즘 인사말에는 ‘건강’이라는 화두가 빠지지 않는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왕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제작한 장식그림에 신선의 복숭아 ‘반도(蟠桃)’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곤 했다.

중국의 서쪽 끝 곤륜산에 거처한다는 신선 서왕모(西王母)가 지닌 영생과 불사의 능력도 곤륜산의 반도원(蟠桃園)에서 열리는 선도(仙桃)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복숭아의 원산지가 고대 중국의 서쪽에 해당하는 섬서성과 감숙성의 고원지대인 점도 전설 속 곤륜산의 설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

『산해경』에 의하면, 곤륜산의 반도원에는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복숭아가 열렸다. 반도원의 복숭아는 3천 년 만에 꽃이 피고 3천 년 만에 열매를 맺는데, 그것을 먹으면 8천 세까지 살 수 있다고 전한다.

조선시대 대표적 궁중 장식화인 ‘요지반도도(瑤池蟠桃圖)’가 바로 곤륜산 정상의 아름다운 호수인 요지(瑤池) 가에 탐스럽게 열린 반도를 배경으로 그린 것이다. 여기에 해와 상서로운 구름, 바위, 학 등이 추가돼 장생의 의미를 더욱 강조한 장식병풍이 그려지기도 했다.
 
또한 서왕모가 곤륜산의 요지에 주나라 목왕(穆王)과 여러 신선들을 초대해 성대하게 베푼 연회를 묘사한 장식병풍이 바로 <요지연도(瑤池宴圖)>다.
 
<요지연도>에 목왕이 등장하는 이유는 위나라 역사소설 『목천 자전(穆天子傳)』에서 기인했고, 목왕이 황하의 수원으로 여행길에 올랐다가 하신(河神)의 주선으로 서왕모를 만나 시가를 주고받았던 이야기와 관계있다.

그림 속에서 서왕모와 목왕은 반도원에 주렁주렁 열린 복숭아나무를 마주하거나 탐스런 복숭아가 가득 담긴 쟁반이 놓인 잔칫상을 앞에 두고 앉아 연회를 즐기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요지반도도>와 <요지연도>는 조선시대 궁중 잔치에 자주 사용되던 장식 그림이다.

고려시대부터 궁중 잔치의 정재악장(呈才樂章) 중 「헌선도(獻仙桃)」는 서왕모가 선도를 담은 쟁반을 받들어 왕이나 왕후에게 만복의 상서를 바치는 것을 형용하는 가무다.
 
1829년 순조의 40세를 기념한 잔치에 사용한 정재악장 중 「연백복지무(演百福之舞)」는 당시 효명세자가 지은 것으로, 거기에도 다음과 같이 서왕모가 선도를 바치며 축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海東今日太平天 우리나라 오늘날 태평천하이니
瑞日祥雲耀繡筵 상서로운 해와 구름 궁중 잔치 비추네.
瑤池蟠桃王母獻 요지의 반도를 왕모가 헌수하니
慶春不老八千年 팔천 년 늙지 않는 봄을 경하 드리옵니다. 

한편 동방삭(東方朔)은 한나라 무제 때 벼슬이 태중대부(太中大夫)에 이르렀고, 해학과 변설(辯舌)로 이름이 났던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 고대 소설을 엮은 『고소설구심(古小說鉤瀋)』의 「한무고사(漢武故事)」로 인해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三千甲子), 즉 18만 년을 살았다는 주인공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후 동방삭은 그림 속에 한나라 관복 차림에 탐스런 복숭아를 손에 든 장생의 신선으로  자주 등장하게 된다. 민간에서 복숭아는 사악함을 쫓는 벽사의 의미로 널리 인식돼 민화의 주요 소재가 됐다.

전설 속 서왕모의 복숭아가 옛사람들에게 장생과 벽사의 표상이 되었듯 여러분에게 소개한 이 그림들이 올 한 해 코로나19를 거뜬히 물리칠 수 있는 건강을 선사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 정은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 비전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