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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통시장 사람들(1)

  • 관리자 | 기사입력 2010/08/24 [10:2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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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의 모델, 중앙시장

최근 서민경제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교육·마케팅지원 등 경영선진화를 추진하는 등 상인과 시가 힘을 모으고 있다. 본지에서는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성남의 주요 전통시장을 탐방, 상인들의 삶과 희망을 들어본다.



현재 상당수의 재래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할인점의 등장, 정부의 정보 미제공, 지자체의 무관심인가?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가진 사람들은 공정하게 약자가 숨을 쉬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재래시장과 소상공인은 스스로 개선을 통한 자활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래시장 활성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중앙시장 상인회를 찾아 그 비결을 물었다.

그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남 탓을 하지 않았고 유통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상인들 자신에게 원인이 있음을 자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2005년부터 스스로 개선을 통한 자활 정신을 갖고 시대의변화에 대처하고 있었다. 갈수록 감탄이 절로 우러나는 시장이다. 

장사가 잘되는 집은 이유가 있다는 말이새삼 옳다고 느끼게 된다.


가속화되는 재래시장의 고전과는 반대로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자는 목표 아래 상인들이 똘똘 뭉쳐 지속적인 매출을 일궈내는 중앙시장! 성공의 이유를 크게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는 상인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다. 상인대학과 대학원을 통해 배우고, 나아가 성업 중인 중국과 일본 상점가로 벤치마킹을 하러다니는 노력을 계속했다. 

둘째는 상인회와 회원들 간의 끈끈한 신뢰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부지런한 상인들이 제공하는 질 좋은 상품이다.

“음식 맛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야. 손맛에서 나오는 거야. 뭐 하나를 잘하려면 일생을 걸고 죽기 살기로 해야 돼.” 강원반찬 권영삼 할머니의 새겨들을 말씀이다. 자식들과 열흘을 굶고 울고 있는데 한이웃이 건네준 300원어치 푸성귀를 판 것이 지금은 1일매출 150만원을 넘는 본점을 비롯해 4개의 반찬가게로 자랐다. 

할머니는 일본과 중국으로 벤치마킹을 하러 다녀와서 본인의 반찬가게와 접목시켰다.

“ 흔히 재래시장이라 하면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우리는 밀폐형으로 청결하고 위생적으로하고 있어. 이런 게 연수 다닌 덕이야.”

할머니는 태평3동 독거노인과 편모가정 10가구에 매달 한 번 푸짐한 반찬을 지원하는 봉사활동도 하고있다.

“ 시장행사 때마다 솔선수범하고 베푸는 게 1등” 이라고 딸이 말하자 “내가 그렇게 하니까 이리 된 거야. 반찬가게로 전국에서 이름 뜬 사람 나와 봐”라며 할머니는 웃으신다.

중앙시장의 명물 자매전집. 어머니의 전집을 세자매가 물려받아 한 지도 벌써 23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만 판다고 매출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추석3일 동안의 매출이 8천만 원을 넘는다고 하니 가히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업이유에 대해 묻자 둘째딸 장미경 씨는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요. 상인회에서 홍보를 잘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어요. 또 옛날에는 그냥 열심히 팔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재래시장 지원센터와 해외연수를 통해 판매에 대해서 많이 배운 덕이에요”라고 답한다.

은가루를 뿌린 듯 빛이 나는 생선이 자랑인 우리생선 김강온 씨.
 
“새벽 4시면 항상 가락시장 단골 중매인에게 물건을 떼러 가요. 하루 팔 양만큼만 가져오고, 남을 거 같으면 싸게 팔아서 재고를 안 남기는 게싱싱함을 유지하는 비법이에요. 요즘은 아내가 없어서 장사가 좀 못하네요.”
씁쓸하게 웃는 그의 머리 위엔 생선을 들고 환하게 웃는 아내의 사진이 걸려있다. 

“40일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제 막 퇴원했어요.” 그간 가게와 집안 살림을 도맡아 1인 2역의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상인의 애환이 녹아 있다.

정결하게 말린 생선으로 유명한 부부생선 가게와, 어머니의 노하우에 아들의 차별화 마케팅이 더해져 소문이 난 젓갈·장아찌 전문 오복상회, 맛이 좋아 이사를 가서도 손님이 다시 찾는 낙원떡집…, 이번 취재를 하면서 옛날 기자의 머릿속에 있던 재래시장에 대한 편견은 모두 지웠다.

저렴하면서도 청결하고 신선한 중앙시장의 먹을거리들을 보면서 앞으로는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과 말린 조기를 사들고 와 저녁 반찬으로 먹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가족들도 조기의 알맞은 간에 감탄했고 전도 맛있다며 입을 모았다. 자주 재래시장을 이용해 보자. 우리의 발걸음으로 살아난 재래시장의 활기가 우리 성남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구현주 기자 sunlin-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