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년 365일, 24시간 쉼 없이 달려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꽃이나 나무를 뿌리 뻗을 자리 없이 촘촘하게 심으면 식물은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활기는 휴식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열정과 활기를 위해 쉼을 누릴 수 있는 곳, 은행동에서는 그 역할을 은행식물원과 은행근린공원이 하는 것 같다. 은행식물원은 양묘장과 폐기된 배수지를 재활용해 만든 곳이다.
아스팔트에 땡볕이 쏟아지는 한낮. 식물원을 찾았다. 식물원에 한 발짝 내딛는 순간, 똑같은 햇볕이 내리고 있는데도 한낮의 무더위가 가볍게 느껴졌다.
배롱나무에서 떨어진 꽃이 바닥에 원을 그리고, 능소화의 진한 주황빛이 여름에 생기를 더했다. 탈피를 마친 매미는 꽁무니를 흔들어대며 “나랑 결혼해 줄래”라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식물마다 이름표 하나씩 달고서 “나는 섬기린초, 돌나물과에 속해요”, “백합과, 무늬옥잠화입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이름표엔 식물의 여름이 담겨 있고 가을의 모습이 적혀 있었다.
식물원 내 유리온실 공사가 한창이다. 9월 말 문을 열 예정인 유리온실에는 제주도 기온 정도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이 자리 잡는다. 온실은 겨울에 식물원을 찾는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체험학습장으로도 이용될 예정이다.
식물원을 나서 맞은편 계단을 오르면 은행근린공원이다. 계단에 다 오르자 공원 전경보다 검단산 정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눈에 가리는 것 없이 전망이 좋다. 공원은 햇볕과 그늘과 바람이 위치에 따라 넉넉하게 펼쳐져 있는 풍경이다. 운동시설엔 햇볕이 내려 활기를 불어넣고, 그늘엔 편안한 휴식을 위한 바람길이 통해 있다.
공원 내 운동장 트랙을 도는 사람들, 그늘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어르신들. “여기가 왜 좋으세요?” 하고 물으니 “나무가 많아 그늘이 지고 시원해요. 비 오는 날 비 가릴 수 있게 정자가 하나 있으면 더 좋겠어” 하신다. 에어컨의 찬 공기와 다른 선선함이 그늘을 부드럽게 오가고 있었다.
나무기둥에 달린 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시계의 숫자판이 틀에 겨우겨우 붙어 있었다. 시간이 맞나? 하고 손목시계를 보니 용케도 시간이 맞는다. 무더위에도 꿋꿋하게 트랙을 도는 사람들처럼 낡은 시계 또한 열심히 돌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은행근린공원에는 배구, 농구, 배드민턴 코트 등 여러 체육시설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운동장과 산책로를 제외하고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도 이곳마저 없다면 어디서 코로나19의 답답함을 달랠 수 있을까.
은행1동과 2동 마을 뒤편에 있는 식물원과 공원을 거닐다가 문득, ‘우리가 앞만 보고 산다면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가끔은 뒤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마을 뒤편에 활기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이 있는 것처럼 사는 동안 가끔이라도 뒤를 돌아보면 만날 수 있을 여유로움에 대해. 꽃과 나무가 어울려 만든 산책로의 그늘이 주는 시간에는 그러한 여유가 있었다.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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