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씨로 이어지는 계절, 성남 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는 화려한 양귀비꽃이 가득 피고 있다. 12월 12일까지 이혜자 작가의 생성(生成) 展이 열리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은 성남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40대에서 60대 중·장년 작가를 대상으로 중진 작가전을 기획, 전시해 오고 있다. 2021년 두 번째의 성남중진작가전으로 이혜자 작가의 생성(生成) 展을 선보이고 있다.
미리 밝혀 두고 싶은 것이 있다. “이혜자 작가는 2020년 12월 15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났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 번 더 돌아보고, 작가 이혜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준비했다. 전시작품은 2010년 이후 제작된 근작을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제작된 작품을 함께 전시해 작가의 작품 흐름을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는 전했다.
이 작가는 2006년 이전부터 자연의 풍경 속 아름다운 들꽃들을 화폭에 담아왔다. 작가의 모습처럼 차분하고 평화로웠다. 2007년 활동에서 양귀비를 등장시켜서 한국의 전통문양과 자연, 도시의 건물 등을 배경으로 양귀비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10년 이 작가의 양귀비는 새롭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화면 가득 양귀비 꽃잎을 펼쳐 놓고 꽃잎 속으로 우리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생성’ 그 자체다.
젖은 한지와 토분을 직접 만든 특수아교와 반죽해 꽃잎의 주름까지 섬세하게 작업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색을 입히는 작업을 했다.
큐빅, 진주알을 하나하나 꿰어 꽃 수술을 장식하니 그 정성과 고급스러움이 화려한 양귀비로 피어났음에 주목하게 된다. 기다림의 연속으로 탄생된 양귀비꽃의 아름다움을 만나면 작가의 깊은 내면의 세계가 보는 이에게도 전달된다.
2010년부터 화면 가득 꽃잎을 펼치면서 더 넓고 깊은 상상력을 펼치는 양귀비꽃에 매료된다. 파도 위에 떠 있는 듯한 양귀비꽃의 움직임이 보이고, 도자기와 양귀비꽃이 등장하기도 해 많은 상상력을 불러와 준다.
오래된 석조건물의 손때묻은 듯한 회색 양귀비꽃의 작품 앞에 서면 지난 일들이 떠오르는 회상의 시간을 갖게 하기도 했다.
2018년 황금색의 양귀비꽃, 그 아래 의자가 등장한 작품 앞에서 작가도 쉬고 싶다는 메시지를 느껴본다. 꽃잎 한 장을 생성해 내는 인내의 기다림 앞에 휴식은 또 다른 작품을 탄생시키는 에너지가 담겨 있어 그 앞에 오래 머물게 된다.
국가보훈예술협회(서예·회화) 회원으로 여성작가회 회원전을 함께했던 이 작가와의 만남으로 그녀의 양귀비 속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다.
전시회 때면 관람객들은 입체 양귀비꽃 작품 앞으로 모였고, 작품설명으로 궁금증을 풀기도 했던 지난 시간이 오늘 따라 새롭다.
양귀비는 자주색, 붉은색, 백색의 두해살이 풀이다. 꽃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로와 위안을 주는 꽃이라는 데 작가의 의도가 머무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도슨트(docent) 장경희 씨와 작품 앞에서 이혜자 작가를 다시금 생각하며 작품 속으로 깊이 빠져보는 시간을 보냈다.
꿈과 사랑과 소망, 위로와 위안을 주는 양귀비꽃을 피우느라 집념의 시간을 보낸 작가의 작품 앞에서 머리 숙여 평안을 빌어본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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