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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승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아픔을 관통하는 길에 곁이 되어주는 공감과 위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4/12 [09:0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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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작가와 독자가 치유와 소통을 공유하는 이매문고와 신농학당의 북 토크 오희승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410일 이매문고 복합문화공간인 매화나무 두 그루에서 열렸다.

 

▲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표지를 장식한 미선나무 꽃은 4월에 나는 잎보다 먼저 핀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으며, 꽃말은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고 한다.

 

샤르코-마리-투스(CMT)라는 희귀병과 퇴행성 고관절염이라는 상대적으로 흔한 병 사이에서 불편함과 아픔을 겪어야 했던, 인내와 침묵만이 미덕이라고 여겼기에 말할 수도 내색할 수도 없었던, 질병의 낙인과 완벽한 몰이해 속에서 살아온 비참함과 외로움을 견뎌내야 했던 사람하나의 병은 너무 드물어서 이해시키기 어려웠고, 또 다른 하나는 너무 흔해서 변명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봐 소리죽여 살았다

- 출판사(그래도봄) 소개 글 중에서

 

 

그러면서도 오희승 작가는 아픈 몸으로 사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고, 이해받지 못할지라도 내내 불편함과 아픔을 말하고 싶은 갈증에 시달렸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있던 자신을 돌아보면서 질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저마다의 취약점을 가지고 살아가고, 한 번쯤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기에 자신의 개별성과 경험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품었다.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는 아픈 몸으로 살아가면서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 외로움, 질병의 사회적 의미와 낙인 같은 시선, 책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의하고 납득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 싱어송라이터 '시와'

 

북 토크에 앞서 싱어송라이터이자 오희승 작가의 친구인 시와의 공연이 열렸다.

 

시와는 오 작가와 책의 내용을 생각하며 고른 곁에 있어도 될까요’ ‘가까이’ ‘’ ‘다녀왔습니다를 들려줬다. 지난해 5월에 발표한 곁에 있어도 될까요는 오 작가가 쓴 소개 글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 오희승(왼쪽) 작가와 진행자 '무너' 님

 

공연에 이어 오희승 작가와의 북 토크가 시작됐다. 북 토크는 화가로 활동하며 소셜미디어에서 글로도 많은 독자들이 있는 무너’ 님이 진행했다. 책 출간 계기를 먼저 이야기했다.

 

오희승 작가는 소셜미디어에 아팠던 시절과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과정을 쓴 몇 편의 글이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서, 난생처음 쓰는 글로 책을 내게 됐다. 마흔을 넘긴 나이, 경력도 없는데 주어진 쉽지 않은 기회라 꼭 해내고 싶었다.

 

▲ 오희승 작가

 

오 작가는 어린 시절 선천성 고관절 이형성증 진단, 결혼과 출산 후 샤르코-마리-투스(이하 CMT)를 진단받고 수술과 회복 이후까지 책에 자신의 이야기와 사생활을 드러내는 게 많이 부담스럽고 고민됐다.

 

다양한 에세이를 읽으면서, 독자들이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시도했다. 걱정과 달리 작가의 글을 읽은 독자들은 별것 아닌 것처럼 받아줬고, 그것이 작가가 자신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글이 엄살이나 투정으로 보이지 않을지, 더 큰 아픔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런 염려가 계속되면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고, ‘고통은 겪는 이에게 절대적인 것이라, 고통의 경중을 따지면 그 무엇도 나눌 수 없기에작가는 누구나 자기의 고통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나누는 경험을 하길 바라며 글을 썼다.

 

▲ 오희승 작가와의 북 토크

 

진단명, 병명의 사회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작가는 병을 진단받더라도 여건, 역량, 주변 환경에 따라 개인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고통은 훨씬 크거나 경미할 수 있다. 그래서 고통을 정확히 규정할 수 없다. 병도 단계가 있고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그런 것들을 잘 패턴화해서 병명을 붙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작가는 책에서 CMT를 진단받으면서 그동안의 본인조차 납득하기 어려웠던 증상과 고통의 이유를 찾았고, 더 이상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았고 무리해서 사람들을 따라가려는 노력도 지웠다. 

 

그는 “환자의 언어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숨은 증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은 사회에서 인정한 권위를 가진 전문가가 정의를 내릴 때 그 실존을 인정받는다.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절대적인 고립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병명은 개인의 증상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첫걸음이다라고 했다.

 

▲ 오희승 작가와의 북 토크

 

오희승 작가는 책 3장 세 번째 글의 제목 아픈 사람도 놀고 싶다에 담긴 의미를 묻는 질문에 환자가 환자답기를 요구받듯 약자는 약자답기를 요구받는다. 약자들이 요구받은 선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사회가 요구하는 생산성, 효율성을 따라가지 못하면 왜 가만있지 않고 나서서 피해를 주느냐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다 보면 움츠러들고 자신들조차 가만있어야 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픈 것이 죄는 아니지 않는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선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살자는 생각을 담았다고 한다.

 

▲ 오희승 작가와의 북 토크

 

오 작가는 책의 한 부분을 낭독하며 북토크를 마쳤다. 책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했다.

 

고통에 직면했을 때 끝끝내 응시하며 충분히 애도하고 바닥까지 다 쓸어버리고 나면, 다시 떠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믿음을 가능하게 한 것은 함께 고통을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의미 있는 서사를 뽑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손잡아준 이들이었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지킨다. 그것이 살아가는 일, 아프면서 살아가는 일이다.

아픈 몸으로 살아온 고통을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몸의 아픔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아픔이었다.

그리고 삶의 풍경 속에서 때로는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만끽하고 나누는 일도 결국 고통을 나누면서 가능했다.

그것이 살아 있는 기쁨이리라.”

 

▲ 사인을 하고 있는 오희승 작가

 

낭독 후 독자와 대화에서 독자들은 작가의 책 출간을 기다린 기쁨, 글을 읽으면서 받았던 감동을 이야기했다. ‘치유와 소통의 공유라는 주제를 실감한 오희승 작가와의 북 토크는 즐거운 사인회로 마무리됐다.

 

▲ 독자와 기념 촬영(왼쪽-싱어송라이터 시와, 가운데-독자 김미정 씨, 오른쪽- 오희승 작가)

 

이매문고와 신농학당이 함께하는 세 번째 북 토크 민 미레터 <안녕, 우리의 계절>’515일 오후 2시 이매문고 복합문화공간 매화나무 두 그루에서 열린다. 문의 및 신청은 ‘010-5680-2130(이매문고 전경자 대표)’로 가능하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