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오후 2시, 중원문고에서 눈에 띄는 북토크 행사가 개최됐다. 중원문고와 공예미술학교 신농학당이 주축이 돼 지역 서점과 문화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오늘 초청된 주인공은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를 집필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다.
프로파일러의 공식명칭은 범죄행동분석관으로, 프로파일링(범죄분석)을 활용해 범죄자를 분석하고 사건을 해결한다.
권 교수는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를 거쳐 현재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 범죄학과 겸임교수, 경찰청‧대검‧해양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는 ‘무너’라는 필명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는 현직 경찰 이준형 작가가 맡았다.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는 ‘완전한 범죄는 없지만 완벽한 보호는 있다’는 모토로,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동체 일원의 대처와 마음가짐을 일깨워주는 범죄심리학 대중서다.
권일용 교수는 30년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방송과 강단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늘 개최된 북토크는 10월 21일 경찰의 날(올해는 77주년 경찰의 날을 맞는다)을 앞두고 이뤄진 행사라 더욱 의미가 컸다.
그는 올 초 드라마로 제작돼 많이 알려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당초 책을 집필하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경찰관들이나 피해자 가족들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록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경각심을 갖는다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필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권일용 교수는 범죄를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고 진단했다. 90년대 이전에는 원한과 치정에 의한 범죄가 많았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무동기 범죄, 연쇄살인과 같이 충격적인 사건이 나타나면서 프로파일러의 필요성도 그만큼 강조됐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독자와의 대화 도중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라는 표현이 나오자 이를 ‘이춘재 살인사건’이라 정정했다. 사건의 이름을 지명이나 피해자 이름으로 호칭하지 않고 그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이름으로 명명함으로써 이들이 어떠한 폐해를 끼쳤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사건에 참여한 권 교수. 범죄자의 감정에 이입해야 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지 않았는지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인간은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악은 또 다른 문제이고요, 본질적으로 인간은 아름답습니다”라고 답변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현대사회를 사는 그 누구라도, 어느 정도의 강박장애와 우울장애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면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이상심리 상태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라고 가볍게 여기는 자가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된다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평소에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프로파일러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범죄 현장에서 수사의 단서를 찾기 위해 단 하나의 가능성도 놓치지 않으려면 지치지 않고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범죄예방과 사회안전은 경찰의 일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뛰어난 형사와 프로파일러라 해도 한 개인의 능력으로 사건은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모두 모이고 함께 고민해야 성과가 나는 것이고요. ‘모두’는 바로 이 자리에 와 있는 우리들, ’악의 마음을 읽는 우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연을 들은 독자들은 정말 좋은 강연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범죄로부터 보호받으려면 시민들이 범죄에 대해 잘 알고 의식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프로파일러가 하는 일이, 본인의 삶에서 기쁜 일, 좋은 기억이 아닐 텐데 그런 경험들을 책과 강연 등으로 풀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김민중 독자)
“개인정보 등에 대한 설명이 정말 유익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 하교 시간도 개인정보라니, 그렇게 포괄적인 것이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잘 가르쳐줘야겠습니다. 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프로파일러는 좀 이상하고 혼자 해내는 사람, 형사와 갈등관계로 나오는 사람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수사는 팀워크이고 협업이기에, 관계가 나쁘면 안 되겠네요.” (김선희 독자)
“책을 읽다가 우연히 프로파일러에 대해 알게 됐고, 관심이 많았습니다. 프로파일러를 진로로 설정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평소 방송에서도 찾아볼 정도로 존경하던 분을 실제로 뵈니 더 크게 와닿는 시간이었어요. 강의가 재미있고, 참 좋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손정민 학생)
중원문고의 김봉길 대표는 “많은 독자들이 유익한 강의라고 기뻐하시니 저도 참 좋습니다. 바쁘신 중에 강연해주신 권일용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북토크, 책만들기, 글쓰기 등 여러 프로그램을 꾸준히 계획적으로 운용하려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파일러라는, 아직은 좀 낯선 직업의 세계에 대해 접하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년에도 로컬 서점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이 활성화되는 기회가 더 넓어지길 소망하고 고대한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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