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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여인들의 소설 취향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4/05/29 [12:3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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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낙선재     

 

1847년 조선 24대 헌종이 후궁 경빈 김씨를 위해 지어준 창덕궁 안 건물 낙선재. 여기에는 왕실에서 읽었던 소설들이 소장돼 있었다. 이 낙선재 본 고전소설은 총량이 84종 2천여 책에 이른다.

 

왕실에서 읽어서인지, 책의 장정은 무척이나 고급스럽다. 분량도 대부분 10책 이상으로 만만치않다. 왕실 여성들은 긴 작품 속 다채로운 내용으로 궁궐 생활의 무료함을 달랬을 것이다.

 

그 내용은 흔히 알고 있는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등과는 전혀 다르다.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몇 있다. 먼저 14책의 <한조삼성기봉 漢朝三姓奇逢>이다.

 

전생에 부부였던 사람들이 현세에 여성은 남성으로, 남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현세에서 다시 부부가 되지만, 여성이 된 남성은 전생에서 자신이 아내에게 한 짓과 같은 고초를 겪게 된다.

 

남자로 살아보는 것은 가부장제 아래 삼종지도, 칠거지악 등에 시달린 여성에게는 하나의 꿈을이뤄 보는 통쾌함이다.

 

▲ 낙선재본 고전소설의 글씨. 행을 꼭 맞춰 가지런하고 정갈하다.     

 

3책의 <태원지>도 소개하고 싶다.

 

바다로 나간 주인공 임성과 그 일행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고 나라를 세운다는 내용이다. 조선판 <오디세이>라고 할 수 있다.

 

임성과 그 일행은 거치는 섬마다 괴물, 요괴,구미호, 거인 등을 만나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은 이겨내고 중국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또 다른 공간을 만난다. 여전히 중국을 중심으로 알고 있던 조선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낙선재본 고전소설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더 많이 있다. 지면 관계상 다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아쉬울 뿐이다. 다행히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이들 작품을 쉽게 현대어로 바꾸어 『조선 왕실의 소설』 시리즈로 출판하고 있다.

 

 

특별기고 임치균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직무대행

·한국학대학원 국문학 교수

 

LIVE 궁녀가 읽어주는 소설 낭독 콘서트(호기심왕국 유튜브)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s://www.aks.ac.kr )

성남시 분당구 하오개로 323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