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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세 - 스마트폰은 스마트한가요?

  • 관리자 | 기사입력 2011/12/21 [14:4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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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정
성남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센터장/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오랜만의 가족 외식에서, 중학교 2학년 서윤이는 내내 핸드폰을 붙잡고 문자를 주고받느라 대화를 거의하지 않았고, 초등학교 6학년 종윤이는 핸드폰 게임을 하느라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버지가 화를 내며 핸드폰을 압수했고, 아이들은 짜증을 냈다.
종윤이는 작년부터 게임 하느라 숙제를 거의 하지 않았고, 컴퓨터를 못하게 하면 화를 냈다. 
서윤이는 종일 핸드폰으로 채팅을 하거나 하루 백 통이 넘는 문자를 보내고, 끊임없이 핸드폰을 확인하고 초조해하기도 했다.



인터넷 게임의 새로운 복병, 스마트폰 

부모들이 아이들의 인터넷 게임과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지는 10년 가까이 되었다. 
인터넷의 매력은 너무나 강하고 집요해서,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못하게 하고, 잠들지 못하게 하며, 심한 경우 학교에 가는 것조차 힘들게 한다.

그래서 이렇게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이나 게임에 몰두하는 것에 대해 ‘인터넷 중독’ 또는 ‘게임중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이르렀다. 일련의 ‘행위’들이 술이나 담배나 약물처럼 심한 몰입과 조절 곤란한 상황을 초래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컴퓨터를 부팅하고 인터넷을 연결하는 귀찮음조차 건너 뛰게 만드는,스마트폰이라는 작지만 강력한 상대다. 이것은 어른들에게조차 중독성이 지대해,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손에서 놓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세상을 내다보고, 타인과 서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한다. 대신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점차 줄어든다.

인터넷 하지 않는 시간 늘려야 

청소년들이 인터넷 또는 핸드폰에 몰입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절반 정도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증, 대인 불안,충동조절장애 같은 다른 문제 때문에 2차적으로 행위 중독이 오는 경우다.

ADHD를 가진 아이들은 게임이 주는 빠른 자극과 보상을 좋아한다. 우울한 아이들은 게임이나 인터넷을 통해 그나마 좀 덜 우울할 수 있는 새로운 동기를 얻거나 괴로운 현실을 회피한다. 
대인 불안이 심한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 유일한 친구다. 이런 경우에는 물론 동반질환을 먼저 치료하면 인터넷 중독은 자연히 좋아진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조금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나 핸드폰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고 지속적인 즐거움을 현실에서 얻게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접근의 원칙은 ‘인터넷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하지 않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하고, 서로 어울려 놀고, 세상의 즐거움을 실제 찾아가 느끼는 시간을 늘려야 아이들이 웹이나 문자메시지의 미로 속으로 숨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 정말 똑똑해지려면, 아이들을 거기까지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