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주변의 개성있는 점포를 발굴하고 지역 상권도 살리기 위해 기획된 서바이벌 오디션 ‘힙스토어’. 총 65개 점포를 대상으로 시민 투표와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거친 결과 5곳의 점포가 최종 선정됐다.
전통 떡의 새로운 해석 – 덕순이네 (태평동)
“‘망하더라도 부끄러움 없이 망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떡이 가능하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곳은 태평동 중앙시장 뒤 덕순이네다. 점포를 연 지 12년째. 설비를 확충해 1, 2층에서 매일 새벽 따끈따끈한 떡을 뽑는다.
덕순이네는 미술을 전공한 김기영 대표와 고모, 사촌 등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데 제주도에서 직송하는 쑥으로 만든 쑥인절미가 주력 상품이다. 직접 만든 앙금과 반죽을 사용한 찹쌀떡도 인기가 있다.
일찌감치 그 맛을 인정받은 덕에 관내 어린이집과 각종 행사 등 단체 주문이 많다. 덕순이네 떡은 첨가물과 색소 없이 거의 생재료를 사용해 유통기한이 짧아 당일 판매하고 남은 떡들은 푸드뱅크와 복지관을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된다.
또 다른 인기의 비결은 새로움이다. 과일을 넣는 것은 물론 브라우니, 갈릭·콘치즈설기, 오레오설기, 앙버터 등 빵인가 과자인가 싶은 것들이 덕순이네서는 떡으로 재탄생한다. 먹거리에 전통과 퓨전에 대한 경험을 주는 것이 점포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는 김 대표는 늘 떡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
12년간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다는 김 대표는 ‘시간은 오래 걸려도 결국 소비자는 알아본다’는 스스로의 믿음을 입증해냈다.
친절 듬뿍 스콘 맛집 - 헤이 스콘 (야탑동)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찾아와 주는 고객분들의 말처럼, 5년 했으니 10년 하는 가게, 오래오래 한 자리에서 사랑받는 헤이 스콘이 되겠습니다.”
다른 요식업체들에 비하면 신생 점포라 할 수 있는 헤이 스콘이 투표에서 당당히 2위에 오른 저력은 온전히 고객들 덕분이다. 다른 매장의 스콘을 사다 주기도 하고 신메뉴 고민도 같이하는 등 오픈 초기의 단골들이 손님이자 동료라고 이정호 대표는 말한다.
들어오자마자 거침없이 스콘을 한 쟁반 그득 계산대에 올려놓던 성진숙 씨와 친구는 헤이 스콘이 힙스토어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맛도 정성도 가득하고요. 진짜 엄청 친절하시고 항상 연구하시고, 당연한 결과예요”라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준다.
헤이 스콘은 좋은 프랑스산 유기농 재료를 사용, 젊은 층을 위한 푸딩 스콘, 타르트 스콘 등 스콘을 재해석한 다양한 메뉴를 착한 가격에 판매한다. 일반 스콘보다 균일한 동그란 모양과, 오래 두어도 맛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작업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이정호 사장을 비롯한 3명이 달콤한 냄새 가득 풍기는 스콘을 매일매일 구워내는 친절이 듬뿍 담긴 젊은 스콘 맛집이다.
어린이 맞춤 전문 김밥 - 다올래 김밥 (백현동)
“특별한 것은 없어요. 그저 먹어도 속이 편한 김밥. 두 살 세 살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쁜 백현동 카페거리 한쪽에 작게 자리한 다올래 김밥 앞에는 유모차들이 자주 서 있다. 가게 안에서는 “다섯 살로 썰어주셔야 해요”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김밥을 주로 먹을 사람은 유모차에 자리한 꼬마들이다.
다올래 김밥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함영만 대표는 김밥이 커서 잘라먹거나 아이들이 먹다가 토하지 않을 수 있게 나이별 맞춤 김밥을 싸준다.
엄마 뱃속에서 김밥을 먹고 큰 아이들이 이제 중학생이 돼 찾아온다는 다올래 김밥은 매일 아침 뽑아내는 가래떡으로 만드는 떡볶이와 물떡도 인기 메뉴다.
별로 특별할 게 없다는 메뉴들은 최고급 쌀, 그저 소금으로만 간을 해도 감칠 맛이 도는 베이스가 탄탄한 국물, 일일이 손으로 아이들에게 맞게 다져낸 속재료들로 인해 더없이 특별해진다.
좋은 재료를 위해 테이블 대신 과감하게 떡을 뽑을 기계를 들이고 위생과 청결은 자신한다는 다올래 김밥은 어린이들의 정직한 입맛이 선정한 최고의 힙스토어다.
예스 키즈존! 아이들이 최고의 고객 – 성남소극장 (태평동)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데 공연을 다니다 보니 노키즈 존이 많았어요. 우리가 잘하는 것을 가지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마술쇼가 매주 열리는 성남소극장이 유일하게 먹거리가 아닌 분야에서 선정됐다. 주말 11시와 13시에 70분씩 두 번 열리는 <조이의 마법도서관> 공연은 쿠키 만들기 체험과 마술공연, 저글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중에는 저렴한 가격에 대관도 가능한 소극장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답게 흰색과 핑크빛 의자, 환한 조명이 예쁘게 떨어진다. 수족관의 물고기와 새들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극장을 운영하는 뱍현우, 이희민 대표는 철거부터 인테리어 하나하나까지 직접 손품을 들여 따듯하고 화사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깨끗하게 관리된 소품 하나하나까지 정성스럽지 않은 곳이 없다.
마술과 서커스가 전공이었던 둘은 뮤지컬 <위대한 쇼맨>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서로의 특기를 살려 아이들을 위한 성남소극장을 열었다.
두 대표는 다른 공연이나, 동화책,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년부터는 더 다채로운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면서 언제나 아이들이 1번이 되는 극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커피의 모든 것 - 필 아웃 커피 (야탑동)
“인생에 한 번은 하고 싶은 일에 올인해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1년을 4년처럼 쪼개 쓰면서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커피 애호가라면 다 알법한 노희흥 대표의 커피숍은 먹자거리의 상권과는 멀리 떨어진 야탑동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미 포장된 커피가 배달을 기다리고 있고 손님이 삼삼오오 들어오는 매장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바디감을 주기 위해 우유 자체에 블렌딩을 가미한 크림라떼는 필 아웃 커피의 유명한 시그니처 메뉴다.
일반적인 카페의 분위기와 달리 점포 내부는 노 대표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홍보가 인테리어보다 중요하다고 단언하는 노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다양하고 기발한 콘텐츠를 통해 인지도를 굳히고 있고 커피와 관련된 다른 분야에도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예가 빠르고 정확하게 최적의 커피를 뽑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매장 기계에는 각 메뉴별로 맛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커피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는데 노 대표가 개발한 이 소프트웨어는 해외 수출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커피에 대한 열정, 노력 그리고 발상의 전환이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완성시키는 필 아웃이다.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과 함께한 이번 오디션에서 최종 선정된 5개 점포에는 인증마크와 간판, 굿즈, 배너 제작 지원 등 1천만 원 상당의 브랜딩 아이덴티티를 위한 제작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재단은 특색있고 뚝심 있는 지역상권의 소상공 점포 발굴을 위해 지원비 확대 등 규모를 더 키워 내년에도 오디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취재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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