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불멸이시여, 사무치게 그리운 조국의 충혼이시여, 당신께서 눈물로 지킨 강산 거기에 계곡물이 귀를 열고 산천초목도 모두 기지개를 켜는데 들리시나요. 보이시나요.
당신께서 꿈을 묻은 자리마다 젊음을 묻은 자리마다 피어나는 민들레꽃, 할미꽃, 진달래, 해마다 당신이 떠난 계절이 오면 다시 피는데 우리가 이렇게 목놓아 부르는데 어이하여 못 오시나요” (‘무궁화’의 전문)
6월 6일 오전 10시 전국에서 동시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현충일 추념식이 시작됐다. 올해 70회를 맞는 현충일 추념식은 태평동에서 성남시청으로 이전한 현충탑 경내에서 진행됐다.
김기주 성남시 복지정책과장은 행사 안내를 비롯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의 순서로 진행했다. 국민의례 후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시립합창단이 시민들과 함께 애국가를 불렀다.
신상진 성남시장의 헌화를 시작으로 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헌화·분향·묵념이 차례로 진행됐다. 헌화와 분향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군악대의 연주로 더 엄숙한 분위기였다.
신상진 시장은 추념사에서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조국을 위해 온몸을 바치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보훈 가족이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성남시는 보훈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나라 위해 몸 바치신 국가유공자 분들이 존경받는 호국보훈도시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며 시청으로 이전한 뒤 처음 열리는 현충일 행사로서 더 의미가 깊다고 했다.
송병조 상이군경회 회장은 존경과 깊은 애정을 담아 헌시(무궁화/배국호)를 낭독했다.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겠다”고, “나라 사랑을 대대로 이어 가겠다”는 맹세의 구절을 낭독하는 음성이 떨린다.
이어 기독교연합회장의 기도, 불교사암총연합회장의 독경으로 숙연한 추념의 시간이 됐다.
유연천(대한민국 전몰군경유족회) 회장이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제70회 현충일을 맞아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과 전몰군경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자리하신 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우리 성남시에서는 호국보훈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숙원이었던 현충탑을 이곳 시청으로 이전 건립했고, 보훈회관 건립도 27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명예수당 인상 등 보훈 가족에 대한 예우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성남시는 추념식 이후 수정·중원·분당구 각 지역에 헌화대를 설치해 꽃 한 송이 바치면서 제70회 현충일 시민 헌화운동을 펼쳤다.
추념식에 참석한 한 시민은 접근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며 시청공원의 초록 느티나무 터널을 걸어 현충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참석하지 못했는데 초대장을 받고 처음 참석했다. 이제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충탑을 올려다봤다.
추념식이 끝나고, 전몰군경유가족회와 미망인회 성남지회는 서울 국립현충원과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가족을 찾아 떠났다.
미망인회 허광란 회장은 1973년 월남 참전 중 전상, 2019년 9월에 곁을 떠난 남편(육군 소령 이후근)의 묘지를 찾았다. 비석을 닦고 준비해 온 음식을 차렸다. 무릎 꿇고 잔을 올리며 “오늘 당신 행복한 날”이라고 말을 건네지만 그 속엔 못내 허전함이 배어 있다.
허 회장은 “특수임무를 맡은 남편은 씩씩하고 용감한 군인이었다”며 곁을 떠난 지 어느새 6년째라고 했다. “이번에 미망인 회장이 되면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잘해야 할 텐데, 조심스러웠어요”라며 고령의 회원들을 챙기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서로를 보듬는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대전 현충원 404 묘역의 남편(육군 병장 모염기)을 찾은 성순례 씨는 “성남 현충탑 추념식이 끝나면 매년 대전 현충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올 때마다 수많은 묘역의 비석을 바라보면서 이곳에 계시는 호국영령들께서도 편히 잠드시길 염원합니다”라고 했다.
성순례 씨 남편은 1968년 특수임무 수행 중 전상으로 오랫동안 아픔을 이겨내며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어느새 4년, 이곳에 묻힌 남편을 찾아오는 날이면 음식을 준비한다. 올해는 여동생과 함께 와서 큰 위로가 됐다.
수많은 묘비 앞에 고개 숙이며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지만 이날 하루만이라도 보훈 가족을 생각하고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며 꽃 한 송이 바치는 마음으로 보냈으면 좋겠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daum.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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