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내일’이라는 특별한 날이 있다.
달력 어디에도 표시돼 있지 않지만, 아내의 다이어트는 언제나 그날부터 시작된다. 매일 밤이면 아내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한다.
“내일부터 진짜 다이어트야.” 이제 그 말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 같은 것이 됐다.
양치하고, 불 끄고, 그리고 다이어트 결심. 빠질 수 없는 순서다. 흥미로운 건, 그 결심이 강해질수록 식욕도 함께 강해진다는 점이다.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음식들이 그날따라 유난히 빛난다.
“이건 오늘까지만 먹는 거야.”
아내는 다이어트 정보에도 밝다.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줄줄이 설명한다. 이론만 놓고 보면 이미 목표 체중에 도달한 사람이다.
다만 실천이 늘 하루 늦을 뿐이다. 가끔은 슬쩍 물어본다. “그래서 언제 시작해?” 아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내일부터.” 그때마다 깨닫는다. 아내에게 ‘내일’은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희망이자 계획, 그리고 가장 편안한 미루기의 공간이라는 것을.
요즘은 말리지 않는다. 대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오늘을 충분히 즐기고 내일을 또박또박 예약하는 그 성실함을. 확실한 건 하나다. 이 집에서 가장 꾸준한 건 운동이 아니라 “내일부터”라는 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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