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을 시작합니다
정경애 | 수정구 태평동 “딸그랑” 소리와 함께 문이 슬며시 열린다. 더위에 얼굴이 빨갛게 익은 손님이 고개만 빼꼼 내밀고는 묻는다. “혹시 월세방 하나 있을까요? 조용한 곳이면 좋겠는데….” 이곳은 태평동 골목에 위치한 작은 부동산.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집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 신혼의 단꿈으로 가득한 새댁, 잘나가는 사업 덕에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아저씨,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 이들이 성남으로 모인 이유는 다르지만, 하나 둘 꿰어보면 하나의 인생사처럼 굴곡지어 연결돼 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내가 처음 성남에 올라왔던 그 시절이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높은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새 집에서 “하늘이 가까워서 좋네~”라고 능청떠는 남편과 시작했던 나의 30대. 무슨 일이든 다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성남살이는 때로는 고되기도 했고,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이곳에서 참 많은 시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 아이의 첫 졸업식, 생애 첫 내 집 마련, 흥겹게 시작해 본 사물놀이, 고배를 마셔도 즐거웠던 자격증 공부, 그리고 처음으로 시작해본 나만의 사업. 켜켜이 쌓여가는 추억만큼 어느덧 나도 장성한 두 아이를 떠나보낼 걱정을 하는 중년이 돼 버렸다. 이제는 처음에 왜 성남에 왔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나는 아직 정 많고 사람 좋은 태평동에 있다. 어쩌면 내가 부동산을 시작하게 된 것도, 누군가에게 이곳을 알려 주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성남에서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시작해 보라고. “딸그랑” 소리와 함께 희망이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나는 당신의 성남을 시작한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8년 9월 3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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