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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 어르신 머리염색 봉사 ‘젊음의 색을 입히자’

5월부터 매달 넷째 주 토요일마다 열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8/27 [09:1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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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고마워라. 애 썼어.”

검게 염색한 머리를 이리저리 살피던 어르신이 봉사자의 손을 잡으며 고마움을 전한다.

 
▲ 25일 염색봉사에 참여한 문원중학교 가족봉사단     © 비전성남

 

8월 25일 단대동 성보경영고등학교 차밍룸에서 논골 어르신들 머리염색 봉사 ‘젊음의 색을 입히자’가 열렸다. 논골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5월부터 매달 넷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행사다. 삼성꿈장학재단 후원으로 논골청소년학교가 주최하고 단대우리지역아동센터와 문원중학교 가족봉사단, 성보경영고 헤어네일동아리 ‘미라클’과 학부모회가 함께한다.

 

오후 1시 어르신들이 들어오자 조별로 모인 청소년들과 봉사자들이 바빠진다. 문원중학교 1학년 강재현 군과 김종현 군은 조심조심 염색약을 섞는다. 그동안 청소와 정리를 맡았는데 이날 처음으로 염색을 한다며 실수할까봐 많이 걱정된다고 한다.

    

재현 군의 어머니는 “아이랑 봉사의 의미에 대해 얘기하고 함께 뿌듯함을 느끼면서 가족 간의 유대가 더욱 돈독해진다”고 한다. 재현 군과 종현 군은 실수 없이 무사히 염색을 마쳤다.

 
▲ 머리색을 고르는 어르신과 성보경영고 헤어네일아트 동아리 미라클 회원     ©비전성남

 
▲ 염색약을 바르는 봉사자와 성보경영고 헤어네일아트 동아리 미라클 회원     © 비전성남

 

염색약을 바르고 학생들에게 손을 맡긴 박순남(85·단대동) 어르신. “마음에 들고 좋아. 약 사다 내 손으로 했는데 이렇게 해주니 편하지”라며 웃으신다. 매니큐어를 바른 손이 예쁘다고 하자 수줍어하신다.

 
▲ 어르신들의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는 성보경영고 헤어네일아트 동아리 미라클 회원     ©비전성남

 

김민지(성보경영고 1) 학생은 “점수를 따기 위한 봉사와는 다르다. 할머니들 손을 보면 뭉클할 때가 있어 세심하게 만진다. 손마다 특징이 달라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 어르신의 머리를 헹구고 있는 봉사자와 성보경영고 헤어네일아트 동아리 미라클 회원     © 비전성남
▲ 어르신의 머리를 말리는 성보경영고 헤어네일 아트동아리 미라클 회원     © 비전성남

 

염색봉사팀은 4월에 사전 모임을 갖고 염색부터 머리를 헹구고 말리기까지 미리 교육을 받았지만 손은 많이 조심스럽다. 경력 있는 봉사자들이 몇몇 있지만 15여 명의 머리를 염색하자면 당일 현장은 많이 바쁘다.

 

성보경영고 학부모회 김명선 회장과 회원들은 “학생들이 아직 서투른 솜씨로 짧은 시간에 어르신들 머리를 만지려면 많이 긴장하고 걱정할 것 같아 학부모회에서 돕기로 했다”며, 어르신들 도착부터 네일아트까지 행사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점검한다. 이날은 논골 어르신들에 이어 태평동에서도 어르신들이 오시기로 했다.

 
▲ 어르신을 위한 머리 염색봉사, 젊음의 색을 입히자!     © 비전성남

 

성보경영고 헤어네일 동아리 학생들은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표정이 진지하다. 박지원(1학년) 학생은 “평소 가발을 만지다가 할머니들 머리를 만지면 긴장된다”고 한다. 벌써 세 번째 염색 봉사를 받는다는 어르신은 “매번 꼼꼼히 해줘서 좋다”고 한다. 염색을 원하는 어르신은 봉사 일정에 맞춰 경로당이나 복지관에 신청하면 된다.

    

이날 행사를 도운 문원중 사회복지담당 서정환 선생님에게 학생들의 마을 사업 참여에 대해 묻자, “학생들이 멀리 가지 않고 마을에서 안전하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든다. 학생들도 마을을 잘 아니까 적극적이다. 당구, 바리스타, 목공예, 기타 연주는 학생들이 마을에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 어르신의 머리를 매만지는 단대우리지역아동센터 윤수정 센터장     © 비전성남

 

어르신들의 머리를 말리고 매만지느라 바쁜 단대우리지역아동센터 윤수정 센터장은 “비용 때문에 집에서 염색하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염색을 하자면 번거롭고 약도 고르게 바르기 어렵다. 어르신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자 시작하게 됐다”며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이 고맙기만 하다. 10월에는 청춘사진을 찍어드릴 예정”이라고 한다.

 

곱게 물들인 머리와 예쁜 손으로 문을 나서는 어르신들, 청소년들과 봉사자들은 환하게 웃는다. 10월 청춘사진으로 또 한 번 떠들썩할 논골, 준비할 일은 많지만 논골 모두의 마음은 지금부터 흐뭇하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