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진로특강 ‘시로 꿈꾸는 우리 교육의 미래’

정재찬 교수와 함께한 학부모 진로 아카데미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9/19 [11:54]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요즘 학원가는 2022년 대입개편안 설명회로 분주하다. 달라지는 입시제도에 대비해 학부모들은 되도록 많은 설명회를 다니려 한다. 혹시라도 유익한 정보를 놓칠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 2018년 학부모 진로 아카데미 ‘시로 꿈꾸는 우리교육의 미래’ 포스터     © 비전성남

    

자녀의 미래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느 부모나 같겠지만 그 고민의 해결을 대입개편안 설명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부모들도 있다. 그들을 위한 특강이 9월 18일 화요일 오전 10시 반 성남시청 1층 온누리홀에서 열렸다.

 
▲ 성남시청 1층 온누리홀, 정재찬 교수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 무대     © 비전성남

    

이날 초대된 강연자는 시 읽어주는 사람으로 유명한 정재찬 교수로, 그의 강연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무대에 올라 강연을 시작한 정재찬 교수     © 비전성남

    

시 에세이스트라고도 불리는 정재찬 교수는 ‘김제동의 톡투유’에 고정패널로 나와 그 날 주제에 맞는 시를 골라 읽어줘 청취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날 강연에서도 우리 교육의 미래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시들을 골라 읽어주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꿈을 꾸듯 시를 읽는 사람이 입시문제를 어찌 알고 학부모들 앞에서 썰을 풀겠냐 하겠지만 정재찬 교수의 약력을 보면 귀가 솔깃해진다. 현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 교수는 고등학교 교사로 5년,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교에서 10년, 중·고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교에서 1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쳤고, 초·중·고 교과서 집필을 했으며, 수능출제 평가위원장을 역임했고, 한양대 입학처장으로 학생모집을 위한 입학 설명회도 다닌다.

    
▲ 드라마 학교에 출연한 배우 장나라가 보여준 이상적 선생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재찬 교수     © 비전성남

 

그가 생각하는 “나는 선생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     © 비전성남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은 명문 학교들을 졸업한 스펙 완성자다. 그런 그가 왜 고작 가르치는 일을 할까? 그 답은 “Because I love teaching.”

    
▲ 키팅 선생과 닮은 정재찬 교수     © 비전성남

    

아이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재찬 교수는 말한다. 혹여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을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근력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 학원가 설명회에서 강조하는 지속성 있는 진로 탐색과 진로 역량 강화에 대해 정재찬 교수는 의문을 던진다. 고등학교 3년간 일관된 적성과 직업관을 가져야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자신이 평생 사랑할 길을 찾을 기회를 놓친다는 점에서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정재찬 교수가 쓴 책이다. 부제는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 교수가 한양대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 에세이기에 붙은 부제다.

    
▲ 키팅 선생이 말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     © 비전성남

    

그가 이공계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려는 이유는 키팅 선생의 말 속에 들어있다.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란다.”

    

내가, 우리 사회가 이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맞는지 의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한다. 유용함만을 쫒다가 삶의 의미를 잃는 순간 그 목적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예술이라고 한다. 인생의 목표는 ‘선생’이 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선생이 되는 것이라고.

    
▲ 마종하, <딸을 위한 시>     © 비전성남

 
▲ 복효근,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비전성남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에서처럼 주변을 살피는 사람이, 복효근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의 선재 같은 사람이 우리가 되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 따뜻한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 윤희상, <소를 웃긴 꽃>     © 비전성남
▲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이야기     © 비전성남

 
▲ 박민규,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비전성남

    

윤희상 시인의 <소를 웃긴 꽃>과 명작동화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예로 들며 “'자신의 무엇'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무엇을 ‘사랑하는 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황소가 투우가 돼야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학생이 문제풀이의 프로가 돼 일류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한결같은 목표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오늘날의 인재상을 표현한 급훈     © 비전성남

    

과거의 인재상은 반복학습과 암기를 통해 많은 지식을 얻은 모범생이라면, 현재의 인재상은 남과 다른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인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한다. 창의성과 인성을 지닌 자가 경쟁하는 상대는 밟고 올라서야 할 남이 아닌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라고 한다. 나와의 경쟁이기에 힘든 문제도 즐겁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정 교수는 이렇게 결론 낸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자기와 경쟁하며 자기 꿈을 찾아 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인생이라고.

    
▲ 강연이 끝난 후 정재찬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학부모     © 비전성남

    

재치 있는 입담과 따뜻한 시로 강연 내내 학부모들의 웃음과 감동을 끌어낸 정재찬 교수는 강연 후 ‘영어조기교육’ 문제와 ‘시를 사랑하게 하는 법’에 대한 질문에 “그 시기에 꼭 필요한 학습은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단지 의사소통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도 있기에 영어 대 한국어의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시에 대해서는, 생활 속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시, 박물관이 아닌 갖고 놀 수 있는 시가 되도록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평생교육’에 대한 질문에는 “미래에 문자해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것을 잘 찾아내는 능력이다. 각자의 필요에 부합하는 소규모 맞춤형 교육의 시대가 올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을 놓치지 말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아직 방향을 잡지 못 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는 공교육과 그 틈을 타 주도권을 쥐고 마구 팽창하는 사교육.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 시대의 학부모들에게 정재찬 교수의 강연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시간이었다. 황소 페르디난드와 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무엇’인가를 찾기를 희망하며 오늘 아이에게 정재찬 교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건네 볼까 한다.

    

<2018년 학부모 진로 아카데미 ‘시로 꿈꾸는 우리교육의 미래’>는 성남교육지원단의 진로직업체험 지원센터에서 마련한 학부모 진로 아카데미 특강이다. 진로교육의 올바른 이해와 정보제공을 통해 학부모의 인식변화 및 역량강화를 도모하고자 마련한 자리이다. 매해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열리며 이번 정재찬 교수의 특강은 올해 두 번째 강의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