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로 무장한 버스기사님
김기원 | 분당구 서현동 과일 장사를 하는 친구로부터 햇사과 좀 가져다가 아이들 먹이라는 전화가 왔다. 장사하는데 공짜로 먹을 수 있냐며 몇 박스 살 테니 준비해 놓으라고 했다. 과일가게에 도착해보니 역시 맛이 아주 달고 씨알도 굵고 탱탱한 사과가 많았다. 그냥 가져가라는 친구와 실랑이 끝에 한 박스는 공짜로 얻고, 아파트 경비실과 단지 내 노인정에 드릴 요량으로 두 박스를 돈을 주고 샀다. 사과 3박스를 들고 버스를 타는데 낑낑대며 늦게 탄다고 버스기사로부터 타박을 들을까봐 눈치를 살폈다. 예상과 달리 기사님은 “천천히 타세요, 손님. 누가 안 잡아가요”하며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단정한 머리에 잘 다려 입은 제복, 하얀 장갑, 멋쟁이 구두를 신은 기사님은 그야말로 친절과 이해심으로 ‘무장’한 듯했다. 그리고 기사님은 버스를 타는 손님에게 일일이 웃는 얼굴로 “어서 오세요”하고, 내릴 때는 운전석 앞에 있는 거울을 보며 “안녕히 가세요”를 잊지 않았다.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정거장마다 되풀이 하셨고, 버스노선을 묻는 사람들에게도 몇 번 버스를 타시라고 창문 밖으로 크게 대답해줬다. 요즘 이런 천사 같은 기사님 처음 봤다. 버스가 집 앞까지 왔을 때 사과 한 박스를 운전석 쪽으로 슬쩍 밀었다. “기사님, 사과 요 녀석들이 아주 달걸랑요. 오늘 댁에 가셔서 예쁜 애기들하고 같이 드세요!” 순간 기사님이 화들짝 놀랐으나 나는 이미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내가 먹을 사과를 기사님께 드린 기분은 기쁨으로 변해 있었다. 기사님은 고맙다는 표시로 비상깜빡이를 한동안 켜서 신호를 줬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성남의 이웃들, 그분들에게 달달한 사과 같은 예쁜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8년 10월 5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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