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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독립책방 순례 3] ‘작은책방 ㄱ’, 책으로 일상을 향유하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0/11 [09:0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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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동 소재 '작은책방 ㄱ'     © 비전성남
▲ 뜨개모임에서 만든 가방     © 비전성남
 

따사로이 비끼는 햇살 사이로 차가운 기운이 선득이는 아침. 문이 열리고 블라인드가 올라간다. 작가별 책읽기가 열리는 날이라 커피를 내리는 손길이 바쁘다. 벽에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뜨개 모임에서 만든 가방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올 5월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를 꺼낸다. 함께 읽는 매력은 무엇인가? “사고의 확장!”

 
▲ 꿈꾸는 사람들의 첫 번째 장소, 작은책방ㄱ     © 비전성남

 

2016년 봄,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던 이들이 뜻을 모아 시작한 ‘작은책방 ㄱ’, 인문학을 길라잡이로 세상을 항해하고 책을 매개로 경험과 사유를 넓혀가고 있다.

 
▲ 작가별 책읽기     © 비전성남

 

매달 세 번째 목요일마다 열리는 <작은북토크>. 10월에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산사순례》(유홍준)를 읽고 18일에 영주 부석사로 떠난다. 작은북토크는 매달 정해진 책을 읽고 독서당 최찬규 대표의 강연을 들으며 소통하는 시간이다.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작가별 책읽기와 작은북토크는 2년 넘게 열리고 있다. 최정인 공동대표는 “참가자가 1년 동안 한 일 중에서 독서모임에 참가한 일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기자는 독서모임에 빠져 있던 시절이 생각난다. 저 사람들이 읽은 책이 내가 읽은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은 얘기가 오간다.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열띤 토론, 책과 작가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좋아서 꾸준히 참가했다. 지금은 흩어졌지만 다들 그 열정과 순수함은 기억한다. 기자도 그 모임에 참가했던 것이 몇 안 되는 좋은 경험 중 하나다.

 
▲ 4월에 열린 '이두헌의 뮤직토크'     ©비전성남
▲ 작년 가을에 열린 '이두헌의 뮤직토크'     © 비전성남

 

작은책방ㄱ은 이번 가을 <세계문학전집 읽기>와 <인문학 특강>을 시작한다. 세계문학전집 읽기는 인원이 모이는 대로 시작하고, 인문학 특강은 11월 ‘카프카와 카프카적인’을 시작으로 매달 두 번씩 열린다.

 

책방 깜짝 라이브로는 <이두헌의 뮤직토크>가 있을 예정이다. 그룹 ‘다섯손가락’의 리더 이두헌 씨가 통기타 하나로 부르는 노래와 노래 속 숨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 동네책방 우주소년에서 펴낸 '소년기'     © 비전성남

 

10월 23일, ‘책방 강좌 - 《少年期》(하타노 이소코)’가 열린다. 강사는 《소년기》를 직접 출판한 용인 동천동의 작은 동네서점 ‘우주소년’의 박우현 대표다. 동네 주민의 책장에서 발견한 《소년기》는 동네 독자들의 지지로 70년 만에 복간됐다. 동네 책방과 주민들 간의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소년기》는 실화로 태평양 전쟁 막바지,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 중학생 아들과 어머니가 주고받은 기록이다.

    

최 대표는 “같이 하는 것이 즐겁지만 인문책방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람들이 책방을 다리 삼아 책과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한다.

 
▲ 매주 열리는 뜨개모임     © 비전성남

 

성남 독립책방 순례 1탄을 읽고 이런 책방에 가보고 싶지만 어색하다는 후기가 있었다. 기자도 책방의 금기를 어겨 주인의 심기를 건드리고, 모임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이 재미로 변했고 10% 할인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다. 기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책 읽기에 관심이 있다면, 없더라도 한 번쯤 들러 새로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가을의 소확행으로 추천한다.

 
▲ 작은책방ㄱ     © 비전성남
▲ 책방을 찾는 작가가 디자인한 노트     © 비전성남

 

주소: 성남시 분당구 불곡남로 21번길 1(정자동)

전화: 031-715-2556

홈페이지: blog.naver.com/littlebookcafe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