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의 SNS 모임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덩더쿵이 또 사고 칠 궁리를 슬슬~ 하고 있습니다.” ‘올라가면 똥침’이라는 경고로 막아놓은 2층, 세입자가 나갔다. 덩더쿵의 마음은 온통 2층으로 쏠렸다. 2층을 책다방, 세미나실, 작업장으로 꾸며 경기동네서점전이 열리는 28일에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덩더쿵이 치는 사고는 늘 설레고 행복하다, 2층에 다시 올라가고 싶다’는 댓글이 달린다.
덩더쿵은 작년 봄에 2층을 내어주고 지하공간을 빌려 ‘코딱지극장’을 개관했다. 입구가 있는 1층에서 열리는 인형극과 전시를 위해서다. 덩더쿵의 계획대로라면 지하부터 2층까지 노리의 세상이다. 그동안 마땅히 기다릴 장소가 없었던 엄마아빠들에게야 반가운 소식이지만, 노리의 빠듯한 운영비를 생각한다면 좋아만 할 수 없다. 후원금과 다른 일을 해서 번 돈, 남편의 월급으로 운영비를 보태다가 성남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숨통이 트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덩더쿵은 그림책문화공간 NORi의 이지은 대표. 십여 년 전 국제어린이영화제 기획에 참여했다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림책에 빠졌다. 그림책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었다. 덩더쿵은 읽는 이가 여백을 채워가며 완성하는 그림책은 예술 그 자체라고 한다.
설레고 행복한 사고는 거기서 시작, 2010년에 그림책서점 ‘NORi'를 열었다. 열 평 남짓한 춥고 불편한 상가에서 지금의 노리를 꿈꾸며 힘겨움과 막막함을 견뎠다. 엄마가 도서관을 열었다고 좋아했던 초등학교 1학년 큰딸은 내년이면 고등학생이다. 그때 노리에서 만났던 딸의 친구들과 엄마들이 지금까지 노리를 찾고 그들과 시작했던 활동들이 노리의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했다.
노리의 그림책들은 비닐에 쌓여 노란 테두리를 두른다. 책을 보호하고 신비감을 더한다. 노리의 책배달은 덩더쿵이 신청자와 신청가족의 성향을 고려해 고르고 책 소개와 읽는 방법을 함께 적어 보내준다. 노리에서는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옹기종기 그림책 모임’(성인), 아이들이 그림책을 직접 만드는 ‘꼬꼬마 그림책 공방’이 열린다.
매년 열고 있는 동동(童動)음악회, 작년에는 울랄라극단과 함께 ‘울랄라 음악 페스티벌’로 열렸다. 아이들은 10주 동안 책을 읽고 악기와 노래를 만들고 그림도 그렸다. 음악극도 직접 구성했다. 그 10주 과정이 곧 축제였다. 이처럼 노리에서 그림책을 매개로 만드는 전시회, 낭독회 등의 활동들은 아이들이 중심이며 과정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다.
노리는 그림책 작가들, 인형극 작가들에게 공연장을 내어준다. 마땅한 공연 장소와 관객을 찾지 못하는 작가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작가들은 공연과 어린이 관객들의 반응에서 힘과 아이디어를 얻는다. 아이들은 작가들의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책에 더 빠져든다.
6월에는 김리라 작가의 새 책 《미술시간 마술시간》 탄생잔치가 노리에서 열렸다. 노리는 잔칫집으로 꾸며지고 작가의 가족과 친구가 준비한 간식이 등장했다. 작가의 아들과 노리의 아이들이 축하연주를 하고 작가의 공연과 사인회가 이어졌다.
노리는 한국작가회의에서 진행하는 작가와 서점이 함께하는 문화기획사업에 선정됐다. 작가들과 서점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덩더쿵은 그림책 작가들과 이번 겨울 추운 노리를 사람들의 온기로 채울 수 있는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가을에도 노리를 찾는 작가들이 많다. ▲일상에서 튀어나온 그림책 이야기 - 이호백 / 10.19. 17:30 노리 ▲동화작가와 함께하는 가을날의 인형극 – 곽민수, 유진 / 10.28. 14:00~16:00 노리 ▲《미술시간 마술시간》 인형극 with 그림책NORi – 김리라 / 11.3. 14:00 군포 책마을 ‘노는둥 읽는둥’ ▲ 정진호 작가와의 만남 / 11.14. 10:30 노리 ▲《위대한 건축가 무무》 집짓기 with 그림책NORi – 김리라 / 11.24. 14:00 군포 책마을 ‘노는둥 읽는둥’
이호백 선생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의 작가이자 도서출판 ‘재미마주’의 대표로, 덩더쿵의 그림책에 대한 허기를 채워줬고 그 인연으로 노리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군포 책마을에서 열리는 <노는둥, 읽는둥>은 개성 있는 작은 출판사와 서점, 책을 매개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그림책의 여백을 채워가기 위해 시작한 노리, 노리의 여백은 사람들이 채워가고 있다. 덩더쿵에게 노리의 미래를 물어봤다. 기자가 상상력을 조금 발휘했다. “제 또래의 엄마들은 할머니가 되고 딸들은 엄마가 돼서 삼 대가 시끌벅적하지 않을까요? 이쪽에서는 할머니들이 음악회를 열고, 저쪽에서는 엄마들이 행복하고 설레는 사고를 모의하고, 아이들은 여기저기 뒹굴며 그림책을 읽고 있겠지요?”
위치: 분당구 발이봉남로 39번길 1(수내동) 전화: 010-4283-8440 블로그: blog.naver.com/urirevo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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