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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벽화그리기봉사단, ‘그린나래’

오래된 외벽을 새롭게 단장, 마을에 새로움을 더하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0/17 [14:5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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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입구     © 비전성남
▲ 그린나래 벽화봉사단의 작품     © 비전성남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입구에 도착하니 벽돌로 쌓아올린 기둥과 낮은 담장에 눈길이 먼저 간다. 하얀 바탕에 다양한 무늬와 길게 뻗은 가지에 몽글몽글 피어난 매화,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벽화그리기봉사단 ‘그린나래’의 작품이다. 그린나래는 2011년부터 율동공원, 단대공원, 신흥3동 등 성남시 내의 오래된 외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올해 9월부터는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 복지관 입구 옆 자동자정비사업소 외벽을 거리미술관으로 단장 중이다. 그린나래는 순우리말로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이다.

 
▲ 다리 색칠만 남은 새     © 비전성남
▲ 싸운 듯 뒤돌아선 물고기들     © 비전성남

 

16일 오전 그린나래의 벽화 그리기 현장. 새침하게 앉은 새, 싸운 듯 뒤돌아 앉은 물고기들이 예쁘고 귀엽다. 그림을 맞닥뜨린 첫 마디, “우와, 잘 그리신다”. 그림이 예상 밖이다. 모자를 눌러 쓴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는다. 다섯 명의 어르신 중 오늘은 세 분만 나오셨다. 선생님도 그동안의 습작을 보고 놀랐다는 김정웅 어르신은 허리디스크가 도져 몇 주째 못 나오신다.

 
▲ 벼이삭을 그리시는 강성길 어르신     © 비전성남

 

“벼이삭 같아요?”

강성길(75) 어르신은 탐스럽고 화사한 연꽃을 끝내고 자리를 옮겨 누런 벼이삭을 시작하신다. 젊어서 취미로 한국화를 배웠는데 그때를 떠올리며 그리신다고 한다. 무릎이 좋지 않지만 애쓰시는 선생님 생각에 화요일마다 나오신다. 어르신은 모여서 같이 하고 구경 오는 사람도 있어서 흥이 난다. 구도나 색채를 자꾸 생각해야 하니까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주신다.

 
▲ 캘리그라피를 그만두고 벽화를 그리시는 어르신     © 비전성남

 

캘리그라피 수강을 그만두고 벽화그리기를 시작하신 한 어르신.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며,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까 너무 좋다. 집에 가면 피곤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힘든 줄 모른다”고 하신다. 들꽃과 야생화가 멋지게 어울리는 풍경화를 그려보고 싶다고 하신다.

 
▲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 비전성남

    

자전거에서 내려 그림을 보며 천천히 내려오던 주민이 걸음을 멈춘다. 그림 대신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늦추며 그림도 보고 궁금한 걸 물어본다.

 
▲ 이인승 어르신이 그린 꽃나무     © 비전성남

 

“이렇게 그리고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가.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

이인승(74) 어르신은 복지관에서 인물화, 풍경화를 그리다가 복지사의 권유로 시작했다. 노란 바탕, 짧고 굵은 줄기에 빨갛게 피어난 꽃들이 남다르다. 어린이집에서 동화구연과 인형극을 오래 하셨고, 복지관의 다른 봉사단에도 참여 중이시다.

 
▲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시는 어르신     © 비전성남

 

이번 벽화의 테마는 ‘거리 미술관’. 대부분의 벽화는 벽 하나를 하나의 그림이나 주제로 채운다. 그러나 희망로 거리 미술관은 어르신들이 틀을 골라 그림을 그리면 선생님이 멋진 액자를 그린다. 어르신들마다 여러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어르신들이 밑그림도 직접 그렸다.

 

2년째 그린나래와 함께 하는 김호민(성남미협 한국화분과장)작가는 “오래된 거리가 어르신들의 소박한 붓질로 화사해지고 밝아진다.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하고 아파서 못 나오실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마을에 이런 곳이 생겨 주민 누구나 나와서 그림을 그려 마을 갤러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거라고 덧붙인다. 

 
▲ 어르신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복지사와 수녀님     © 비전성남

  

그린나래 봉사단의 이단비 복지사는 “어르신들이 날이 덥거나 추워도 계속 나오셔서 그림을 그리시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고 한다. 하지만 도구를 옮겨야 하고 야외 활동이라 어르신들이 지원하시길 망설여 봉사단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 희망로 거리 미술관     © 비전성남

    

희망로 거리 미술관은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입구(희망로) 자동차정비소 외벽이다. 10월 말에 완성되면 주민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줄 것이다. 희망로 거리 미술관이 무사히 완성되길 바란다.

    

수정노인종합복지관 그린나래 벽화봉사단은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께서는 누구나 언제나 신청가능하다.

 

수정노인종합복지관: 수정구 수정남로 268번길 28
그린나래벽화봉사단: 031-739-2929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