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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진정한 삶을 위한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정자동 독립책방 비북스가 추천하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0/23 [14:5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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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비전성남
 
▲ 비북스(BeBooks) 전경    © 비전성남
 
최근 하나 둘씩 늘어나는 독립책방들은 자신들의 테마에 맞는 책들을 심사숙고해서 서가에 꽂고, 사람들이 책방을 다리삼아 책과 더 가까워지고 책읽기를 공유하길 바란다. 그래서 독자들이 감상을 나눌 수 있는 독서회, 낭독회, 필사모임 등을 운영하고 독자들과 작가들이 만나는 자리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독자들은 책에 대한 갈증을 풀고 작가들은 창작의 보람과 원동력을 얻는다.
 
성남에는 좋은 날의 책방, 작은책방ㄱ, 그림책문화공간 노리(NORi), 비북스(BeBooks) 등의 독립책방들이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특색을 꿋꿋이 유지하고 있다.
 
올봄에 문을 연 ‘비북스’는 문학과 인문학 위주의 도서를 테마별로 나눠 서가를 구성했다. 테마는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것에 착안해서 ▲발효가 잘된 책빵 ▲혼자 몰래 먹고 싶은 책빵 ▲칼슘 뿜뿜 키 크는 책빵 등 8가지다. 김성대 대표는 삶에 양식이 되는,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책을 고르기 위해 읽는 것은 물론 자문을 구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추천도 받는다. 8가지의독특한 테마와 테마를 다시 상세하게 나눈 주제별 책꽂이가 책 선정에 대한 김 대표의 치열함과 고심을 말해 준다.
 
김 대표에게 아침저녁의 스산함을 잊을 수 있는 책을 부탁했다. 김 대표는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과 함께 추천 글을 보내왔다.  

주인공 한탸는 삼십오 년째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이지만 책을 압축하는 일은 그의 삶 자체다. 폐지더미에서 보물을 건져 올린 그는 자신의 세계를 뛰어넘고 완전히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모든 지식이 폐기되는 소멸의 공간에서 냉철하고 정확한 삶의 본질을 통찰하게 된다.
현실의 족쇄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세상의 비평가이자 예술가, 철학자가 된 한탸의 삶은 ‘보후밀흐라발’의 삶과도 겹쳐진다. 체코의 작가 ‘보후밀흐라발’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산주의치하에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없는 처지였다. 그 시대의 많은 체코 작가들이 고국을 떠났으나 그는 끝까지 체코어로 글을 쓰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지하실의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아름다운 책의 세상을 유영하던 한탸에게 위기가 닥친다. 기계화의 물결속에 한탸의 손때 묻은 압축기가 그의 손을 떠나게 된 것이다. 한탸는 결국 압축기의 전진 버튼을 누르고 그토록 사랑했던 책과 함께 영원의 안식처로 떠난다.

비북스의 김성대 대표는 짧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이 소설을 읽으며 문학의 마술적인 세계로 빠져드는 아찔한 충격을 경험해 보길 기대한다.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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