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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교육보다 함께하는 실천이 먼저

은진래미안 어린이집, 고사리 손으로 마을을 엮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0/23 [16:1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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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모은 우유팩으로 바꾼 화장지를 노인정에 드리고 기념촬영    © 비전성남
 
▲ 모은 우유팩을 친환경화장지로 교환    © 비전성남
 
“아이고 고마워라.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써. 못 쓰지.”  
 
화장지를 내미는 자그마한 손을 꼬옥 잡아주는 어르신의 말씀이다. 금광동 은진래미안어린이집 아이들은 3년 전부터 우유팩을 모은다. 김정옥 원장은 종이팩을 모아오면 친환경화장지로 바꿔 준다는 안내문을 보고 아이들이 재활용에 대해 알 수 있겠다싶어 우유팩 모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 가정에서도 동참, 우유팩 상자가 채워지면 아이들은 행정복지센터로 가서 화장지로 바꿔 예쁘게 포장해서 어린이집 1층 노인정에 드린다.
 
아이들과 김 원장은 4년 전부터 여름이면 수박을 차에 싣고 금광2동 관내 노인정들을 찾는다. 금광2동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원들이 동참한다. 아이들이 경제 개념을 실감할 수 있도록 아나바다 벼룩시장을 열면서 그 수익금으로 수박을 마련한다. 두 달 동안 집에서 안 쓰는 장난감과 물건을 모아 아파트 단지 내 배드민턴장에서 시장을 연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물건을 팔고 미리 작성한 구매계획표가 붙은 가방을 들고 다니며 물건을 고른다.  
 
아이들은 4년 전부터 연말마다 집에서 쌀을 조금씩 가져와 어린이집 쌀통에 붓는다. 두 달 동안 모은 쌀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에 성금으로 기부, 협의회는 설날 전에 관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아이들은 아까워서 못 쓰겠다는 할머니의 말이, 안쓰는 물건과 갖고 싶은 장난감을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른다. 우유를 마실 때마다 수거함에 넣고 엄마가 쌀을 넣어 줄 때마다 어린이집 쌀통에 부을 뿐이다. 연아 엄마는 “섞여 있는 우유팩을 꺼내서 수거함에 넣는 걸 봤다. 따로 버리고 모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대로 하는 것이 기특하다”고 한다.
 
김 원장은 “나눔을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스레 몸에 배도록 같이 실천하고 경험과 체험으로 차곡차곡 쌓아주려 한다. 성장하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되고 다른 나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1층 어르신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치기보다 만나서 같이 웃는것이 더 좋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전통혼례체험이 열리면 노인정 어르신이 올라와서 주례를 본다.
 
어린이집 아이들의 작은 손에서 시작된 나눔의 끈이 아이들 가정, 노인정, 지역단체를 연결하고 있다. 또 누군가 그 끈을 잡고 지역을 누빌지도 모른다. 작지만 따뜻한 그 손을 마음을 다해 꼭 잡아준다.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