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 마시고 시험 잘 봐요”, “응원합니다. 파이팅!” 무심히 지나가던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 들더니 커피를 받아든다. 컵에 따뜻한 물을 붓는 바리스타 어르신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올해 들어 기온이 가장 많이 떨어진 10월 30일. 성남동 중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카페 지음’과 ‘책마루 카페’ 소속의 김현옥, 탁순봉, 이영자, 장순자 등 4명의 바리스타 어르신들이 수정구 양지동 을지대학교를 찾아 두 시간 동안 커피 무료 나눔 행사 “힘내라 청춘들! 우리가 응원할게”를 열었다. 학생들의 학업과 취업,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4월 신구대학교를 시작으로 6월 가천대학교에 이어 세 번째로 여는 행사다.
커피를 마시는 학생들에게 ‘힘내라 청춘들! 우리가 응원할게’를 설명했더니 조금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2학년 김명주 학생은 “시험 기간에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힘이 난다”며 감사해 한다. 친구 박주영 학생은 “바리스타로 일자리를 찾으신 어르신들을 보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고 한다. 빠른 손놀림으로 학생들에게 커피를 건네는 장순자 어르신은 “젊은이들 있는 곳에 오니 활력이 느껴지고 생기가 돈다. 학생들을 응원하는 거라 보람 있고 바리스타로서 성취감도 느낀다”고 하신다. 어르신은 6년 째 바리스타로 근무 중이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돼서 좋고 동료들과 서로 배워가며 일하는 것이 재밌다고 하신다. 카페 이름 ‘지음(知音)’은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이르는 말이다.
카페 지음과 책마루 카페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시장형으로, 카페에서의 전문 바리스타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사회 참여를 지원해 활기찬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페지음은 2010년 성남동 중원노인종합복지관 1층에, 책마루 카페는 2013년 금광동 중원어린이도서관 1층에 문을 열었다. 각 카페에 11명의 실버 바리스타들이 근무 중이다.
바리스타 2년차 김현옥 어르신은 “재밌고 기쁘다.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자신감이 생긴다. 이렇게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며 웃으신다. 시험과 취업 등으로 여유가 없는 학생들을 보니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다고 하신다. 카페 두 곳의 수익금으로 진행하고 있는 2018년도 ‘힘내라 청춘들! 우리가 응원할게’는 복지관과 바리스타 어르신들의 간담회에서 어르신들이 낸 기획으로,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 희망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청년들을 격려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
처음으로 행사를 열었던 신구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복지관에 봉사하러 가기만 했는데 어르신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와서 나눔 행사를 여는 것은 처음이라며 실버 세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관심 없이 지나가던 학생들도 어르신들이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나왔다는 말을 듣고는 호응해주고 “일하는 어르신 멋있습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복지관 담당 복지사는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에 어르신들이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끼신다”고 한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 고상진 관장은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어르신들이 바리스타로서 일을 찾으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러한 행사를 통해 지역 공동체에서 선배로서 그 위치를 찾는다. 어르신들 스스로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당당히 활동하시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 자체가 어르신들에게는 위로와 힘이 된다”고 했다. 복지관 담당 복지사는 “실버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이런 인식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공동체를 위한 돌봄 활동과 후배 세대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실버 바리스타들의 앞으로의 활동과 카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 : 031-751-7450 카페지음 : 성남시 중원구 제일로 35번길 51, 중원노인종합복지관 1층 책마루카페 : 성남시 중원구 산성대로 408번길 42, 중원어린이도서관 1층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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