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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성남에 사는 게 행복한 이유

김순자 | 분당구 분당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12/20 [12:0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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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 사는 게 행복한 이유
김순자 | 분당구 분당동
 
세상에는 듣기 좋은 말이 많지만 나는 ‘친한 사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 말에는 너무 진한 오렌지 향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히 혀끝을 감도는 바나나 향기가 날 것만 같아서다.
 
인천에 살다가 성남의 아파트로 이사 온 지 20년 정도 된다. 엊그제 퇴근길에 낯선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런데 그분이 먼저 내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그분은 밝게 웃으며 내게 “11층 사세요?”라고 물어온다. 그러면서 “바로 위층에 살면서도 인사를 못하고 살았네요. 우리 애들이 조금 덜렁거려서 쿵쿵 울릴텐데 시끄럽지는 않으세요?”라는 겸손의 말까지….

짧은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11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고 나는 그분에게 눈인사를 드리고 내렸다.

처음 성남에 이사 왔을 때 나는 이웃에게 그렇게 인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분은 살갑게 먼저 내게 인사를 해주었다. 만나는 누군가에게 쉽게 말 걸어 주는 사람이 흔치 않을 텐데….
 
한순간이었지만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나는 그분과 이제 친구이자 이웃이 됐다. 그때 서로 외면하고 대화가 없었다면 짧은시간이지만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얼마나 삭막했을까?

일본에는 이사를 하면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다. 소바의 히라가나는 ‘옆, 근처, 곁’을 뜻하는 한자의 음이 같기 때문에 이사를 가면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소바를 나눠 먹는다는 뜻으로 종종 사용된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바지락 듬뿍 넣은 칼국수를 끓이고 낙지를 썰어 넣은 파전 몇 장 부쳐 위층과 앞집 가족을 초대해야겠다.

친절한 이웃들 덕분에 성남에서 사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부지런 떨면 ‘친한 사이’가 된 이웃과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9년 1월 7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