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전, 분당노인종합복지관 3층에는 청아한 합창단의 선율이 복도까지 가득 찬다. 70·80대 단원들로 구성된 시니어 합창단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고운 음색이다. ‘시니어 노래사랑’은 2009년 8명이 시작해 지금은 25명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당노인종합복지관의 공연예술분야 시니어봉사단이다. 8년 동안 매년10회 이상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선공연을 비롯해 요양시설과 복지관에서 노래로 행복을 선물한다.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공연과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진행한 힐링케어연주회는 단원들이 꼽는 뜻깊은 공연이다. 연습하는 날이 너무 기다려지고, 만나면 즐겁고, 헤어질 때는 아쉬워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정이 넘치는 합창단이다. 유선애(여·79) 단장은 “단원들 대부분이 70을 훌쩍 넘긴 시니어들이지만 노래를 사랑하는 열정만은 멈출 수 없어 계속 합창으로 활동을 한다”고 단원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문선자(여·78) 지휘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38년을재직하고 퇴임 후 지휘를 맡았다. 40대부터 작곡을 시작해 23회 입상을 한 실력자로 음반을 제작해 단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게 즐겁다. “단원들이 너무 감사하다. 요즘은 구구팔팔을 힘차게 외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구호다. 이 사람들이 있어 나도 있고 죽을 때까지 합창단과 함께한다는 게 너무 기쁘다.” 지휘자의 말 속에 단원들을 향한 깊은 사랑이 묻어난다. 반주자 유기조(남·80) 씨는 18년간 전속피아니스트로 활동했고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친 베테랑이다. 반주를 맡아 남성의 힘찬 터치로 큰 몫을 하고 있다. 단원들이 모두 건강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원들 중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다. 주현정(남·78) 씨는 3년 전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했다. 뇌경색이었다. 열흘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후유증이 찾아왔다. 주위의 권유로 합창단에 가입, 열심히 노래 부르고 좋은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이제는 건강을 회복했다. “노래로 표현하면서 언어 훈련이 많이 됐다. 술과담배를 끊고 복지관에서 합창하고 운동한 결과 건강이 좋아졌다. 성남시에서 이런 기회를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열심히 연습한 후 간식시간이 되자 서로 커피를 챙겨주며 빵 한쪽이라도 더 드시라고 권하는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시니어 노래사랑’은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 큰 행복을 나눠주기 위해 연습에 매진한다. 젊은 사람들이 소화하기 힘든 율동도 척척 해낸다. 단원모두가 문화예술의 주인공이 돼 참여하고,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 ‘시니어 노래사랑’으로 깊은 사랑과 문화의 향기가 온누리에 전파되기를 기원한다. 취재 구현주 기자 sunlin1225@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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