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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 독서 릴레이 ② 청년 노희지] 당신 마음의 온도는 괜찮은가요?

《언어의 온도》,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1/24 [10:5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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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과 지적이 적절히 혼재된 면담이 끝날 무렵, 선생님은 “너처럼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 그러면 안 된다” 하셨다. 난 가능성이란 낱말이 참 듣기 좋았다. 내게 그 표현은 “아직 널 믿는다…”는 말로 들렸으니까.
당당하게 교무실을 나서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사람 보는 ‘눈’이란 건 상대의 단점을 들추는 능력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것과, 가능성이란 단어가 종종 믿음의 동의어로 쓰인다는 것을.
- ≪언어의 온도≫ ‘가능성의 동의어ʼ 중에서
 

 
청년 정책에 관심이 많은 은수미 시장은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두 번째 주자로 보육교사 노희지 씨를 추천했다. 1월 9일 퇴근하는 희지 씨를 만났다. 검은 패딩 점퍼 위에 들고 온 《언어의 온도》가 눈에 띈다. 독서릴레이 주자로 추천받은 소감을 먼저 들었다.
“얼떨떨했어요. 책을 꾸준히 읽는 편이 아니라서 살짝 고민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고 이런 소통을 경험한다는 것이 흥미를 끌었어요. 무엇보다 시장님이 소개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재밌어서 용기를 냈어요.”
 
저도 재밌어서 한 번에 다 읽었어요. 특히 인물들 사이의 굳은 믿음이 인상 깊어요.
“맞아요. 독일군 점령 아래 먹을 것까지 빼앗기면서도 사람들이 서로 믿고 지켜주려는 것, 특히 엘리자베스는 주민들이 위기에 빠지면 자기 일처럼 나서고 북클럽회원들은 엘리자베스가 끌려가자 그녀의 딸을 함께 키우잖아요? 감동했어요. 무섭고 힘드니까 서로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힘들고 앞이 보이지는 않을 때는 서로 믿고 지켜주는 것이 희망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그들에게 북클럽과 책읽기는 어떤 의미일까요?
“전쟁이라는 두려움을 잠시라도 잊게 하는 거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성장하고 변하는 거죠. 저도 읽으면서 시대 배경인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져서 공부하면서 읽었어요. 뿌듯하고 재밌었어요.”
 
흥미와 지식의 확장! 그렇게 질문이 생기고 답을 찾다보면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그럼 오늘 소개하는 《언어의 온도》는 어떤 계기로 읽었나요?
“저 자신을 포함해서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었어일하는학교요. 책이 먼저 생각났어요. 뭐가 좋을까 찾는데 제목이 눈에 들어왔어요. 작가는 언제 어디서나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있어요. 꼼꼼히 살피고 마음을 열고 생각하죠. 그래서 남들이 사소하게 여기는 것도 다르게 보고 의미를 찾아요. 제가 알고 있던 것을 다시 생각해 봤어요.”
 
비슷한 일상을 다르게 느끼게 하는 섬세한 시선과 열린 마음이 저도 부러워요. 희지 씨에게 특별했던 내용이 궁금해요.
“말의 무덤, ‘언총(言塚)’요. 묻어야 되는 말이니 좋은 말은 아니겠죠. 그 마을은 언총을 만들고부터 빈번하던 싸움이 줄고 평온해졌대요. 말무덤은 공동체뿐만 아니라 개인이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저도 저만의 말무덤이 있어요. 의지와 각오가 필요하지만 사람들마다 말무덤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말무덤, 의지와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해요. 언어의 온도는 결국 ‘마음의 온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희지 씨가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아이들 마음은 어떤가요?
“아이들은 저에게 더 많은 것을 줘요. 매일 만나는데 아침에 와서 ‘보고 싶었어요’라고 해요. 제가 아파서 하루 못 만났는데 집에 가서 선생님 언제 오냐고 계속 물어봤대요. 어머님들까지 걱정해주셨어요.”
 
아이들의 말에서 아이들을 향한 희지 씨의 사랑이 느껴져요. 희지 씨의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이 통하는 거라 생각해요. 희지 씨, 이제 독서릴레이 다음 주자를 알려 줘야 해요.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나 문장들이 있어요. 마음을 새롭게 하고 싶거나 여유를 갖고 싶을 때 읽기를 권해요.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선뜻 고르지 못하는 친구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청년이 많이 모이는 ‘일하는 학교’ 책장에 《언어의 온도》를 꽂아주고 싶어요.”

새로운 시작 3월에 만날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주자는 ‘일하는 학교’다. 청량한 봄내음이 마음을 적시리라.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
① 은수미 성남시장 → ② 보육교사 노희지 씨 → ③ 일하는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