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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 ‘강진이의 인형 이야기展’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2019 ‘골목으로 들어온 미술’ 개막 전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3/04 [15:1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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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이의 인형 이야기 展     © 비전성남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복합예술문화공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대표 김은영)는 2019 ‘골목으로 들어온 미술’ 개막 전시로 3월 2일부터 4월 4일까지 강진이 작가의 개인전 <강진이의 인형 이야기展>을 연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강진이 작가는 일상에서 누구나 소유하고 있는 인형을 소재로, 본인만의 고유한 기억과 시각을 회화와 오브제 작업으로 되살린다.

 
▲ 강진이의 인형 이야기 展     © 비전성남

 

오브제(objet)는 물건, 물체, 객체 등의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이나 미술에서는 생활에 쓰이는 물건들을 작품에 그대로 이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물건 원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인형들, 인형을 그린 회화,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자수-회화를 전시한다. 작품 옆 작은 액자에는 작가가 직접 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연필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정갈하게 쓴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 '인형이 좋았다'     © 비전성남

    

3월 2일 전시장을 찾아가면서 <인형이 좋았다>의 갈색머리 인형이 전시됐을지 궁금했다. 벽에 걸린 선반에 나란히 놓인 인형들 사이에 50살은 됐을 갈색머리 인형이 서 있다.

 
▲ 갈색머리 인형     © 비전성남
▲ 할머니가 사주신 갈색머리 인형과 강진이 작가     © 비전성남

 

“인형이 좋았다. 유일하게 많이 갖고 싶었던 게 인형이었다. 네댓 살 무렵,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예방접종’이란 걸 하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 손녀를 데리고 할머니가 찾은 곳, 동네 어귀 문구점. (중략) 할머니는 훌쩍이는 나에게 비닐봉지에 담겨 동그란 눈을 빛내고 있던 예쁜 인형을 사주셨고, 그 인형을 품에 안음과 동시에 아마 나는 주삿바늘의 공포와 아픈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아직도 난 마음에 드는 인형을 만나면 가슴 설레고 집에 데리고 오고 싶어 안달하는 ‘인형 욕심쟁이’ 아줌마. 그때는 친구처럼 늘 품에 안고 밥 먹이고 옷 입히고 재우며 함께 지낸 갈색머리 인형이 지금도 우리 집 장식장 한 귀퉁이에 오롯이 서 있다. 동그란 코와 볼이 손때 묻어 윤이 날 뿐, 내게 찾아온 세월이 그 아이에게는 오지 않았나 보다.”

    
▲ 꽃대궐     © 비전성남

 

인형 선반 옆에 전시된 <꽃대궐>. 연분홍 벚꽃이 활짝 핀 봄날, 따사로운 마당에서 작가의 어머니가 카메라를 눈에 대고 인형을 안은 어린 작가와 장난감 차를 타고 있는 작가의 동생을 찍고 있다. 타일 부엌에서 작가의 할머니가 내다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작가에게 빼놓을 수 없는 두 분이 친가, 외가 할머니 두 분이다. 일찍 돌아가신 아빠와 직장 다니는 엄마를 대신하신 분들이다. 전시 작품 <애착> 속 외할머니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손녀의 인형은 좋아하신다.

 
▲ '강진이의 인형 이야기 展'     © 비전성남

 

엄마와 아내의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모두 모인 가족. 대학생인 두 딸. 첫째는 고등학생이던 2014년 엄마와의 전시를 위해 엄마의 인형장식장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했다. 이번 전시장 창가에 놓인 미니어처다. 작가의 집 거실 유리 장식장 두 개에는 오래된 인형이 가득하다고 한다.

 

둘째는 그 전시의 서문을 직접 썼다. 둘째는 서문에서 항상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엄마, 인상 깊은 풍경 앞에 서서 잠시 곡선 몇 개를 교차한 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꼼꼼한 풍경에 언니와 자신이 서 있었다고 한다. 둘째는 그런 엄마가 마냥 신기했다.

    
▲ 달밤     © 비전성남
▲ 고양이 숲     © 비전성남
▲ 반가운 소식     © 비전성남

 

어린 작가와 엄마가 목욕탕에 다녀오는 <달밤>, 볼륨을 낮추고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기다리던 택배를 보고 달려오는 딸을 그린 <고양이 숲>과 <반가운 소식> 등 작가는 일상에서 포착한 풍경과 순간을 2014년 카카오 스토리에 ‘일기 그리는 엄마’로 연재했고, 2015년에는 《너에게 행복을 줄게》(수오서재)로 출판했다.

 
▲ 2015년 작가가 펴낸 그림일기 책 <너에게 행복을 줄게>   © 비전성남

 

누구나 행복하다고만 할 수 없는 삶. 작가는 버겁고 자존감과 의욕이 떨어질 때마다 기억 속 행복한 순간을 그림으로 펼쳐놓으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행복한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 인사말을 하는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의 김은영 대표     © 비전성남

 

3월 봄기운이 완연하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지만 마음에 봄기운 한 자락을 들이고 싶다면, ‘강진이의 인형 이야기 展’에서 잊고 있었던 행복한 순간을, 그 순간의 당신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의 '강진이의 인형 이야기 展'     © 비전성남

 

- 관람시간: 10:00~20:00

- 주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남문로43번길 13-2(태평동)

- 문의: 오픈스페이스 블록스(open space block's)

           010-2247-4346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